금호타이어 자구계획, 중국 사업장·유동성 해결방안이 핵심
채권단, 내주 초 주주협의회 열어 승인여부 결정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금호타이어[073240]가 자구계획안을 제출하게 되면 채권단은 중국 사업의 정상화 방안, 유동성 문제 해결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가 직면한 위기의 핵심이 이 부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12일 채권단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이날 오후까지 자구계획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금호타이어가 자구계획안을 제출하지 않거나 채권단 회의에서 계획안이 미흡한 것으로 판단되면 채권단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해임을 추진할 계획이다.
자구계획안에선 중국 사업의 정상화 방안이 검증의 핵심 부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중국에 난징, 톈진, 창춘 등 생산공장 3곳과 판매법인 1곳이 있다.
중국 사업장이 승승장구했을 때 매출액 비중이 전체의 40%까지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금호타이어의 경영이 어려워진 요인 중 하나가 중국 영업의 부진 때문이다.
영업이 어려워지다 보니 차입금도 많아졌다. 현재 금호타이어 중국 법인의 차입금은 채권단에 4억달러, 현지 외국계 은행 3천160억원이다.
채권단에 진 빚은 채권단이 결단만 내리면 상환 유예가 가능하지만 외국계 은행 채무는 그러한 '선처'를 기대할 수가 없다.
게다가 중국 법인 채무의 상당 부분을 금호타이어 본사가 지급 보증을 섰기에 외국계 은행이 상환을 요구하면 본사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결국 중국 공장을 매각하든지 본사의 보증 부분을 해소해 중국 법인의 리스크가 본사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국 사업 정상화 방안의 관건이 될 것이다.
유동성 문제 해결 방안도 채권단의 관심사항이다.
금호타이어는 현금이 바닥나다시피 해 채권단이 제공한 당좌대월을 사용하고 있다. 당좌대월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현재 한도는 870억원 가량이다.
중국 법인의 채무만 해결되면 돌발적으로 유동성이 필요한 상황은 많이 줄어들지만, 금호타이어 본사가 진 기존 채무도 상당히 많아 갚아야 할 돈이 적지 않다.
중국 등 해외 법인을 포함해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채권은 모두 2조3천억원 수준이다.
이중 해외법인에 대한 채권은 현지 금융 당국의 규정상 무작정 상환을 유예해줄 수 없다. 일부는 상환해야 하지만 현재의 금호타이어는 갚을 여력이 없다.
박삼구 회장 측은 지난 7월 제시했던 2천억원 유상증자 카드를 이번에도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
당시 채권단은 이를 일종의 '알박기'라고 생각해 부정적이었다. 금호타이어 지분이 하나도 없는 박 회장이 유상증자 참여로 일정 지분을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때와 현재 상황이 달라진 만큼 채권단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로부터 자구계획안을 받는 대로 채권단에 공유하고서 다음 주 초 주주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주주협의회에서 자구계획안의 승인 여부를 바로 결정할 수도 있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 금호타이어에 보완을 요구할 수도 있다.
어느 결정을 내리든 더블스타의 계약 파기가 전제돼야 한다. 자구계획안은 매각 무산을 대비한 조치다.
채권단은 주식매매계약(SPA) 해제 합의서를 지난 8일 더블스타에 보냈다. 현재로써는 더블스타가 계약 해제에 동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자구계획안을 제출하면 중국 공장 매각의 현실성, 유상증자의 자금 출처 등을 꼼꼼하게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