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시민과 대화'서 진땀… 그래도 "난민에 마음 열길"
공영 TV 75분 문답… 날 선 질문 잇따라, 트럼프 거명 안 돼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당신의 경제정책은 훌륭합니다. 그런데 앞으로 수십 년간 외국인 망명자들에 의해 독일의 중심문화가 압도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
오는 24일 총선 심판대에 오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시민들은 날 선 질문을 마다치 않았다.
12일 슈피겔 온라인 보도에 따르면 제 1공영 ARD TV는 총리직 4연임에 도전한 메르켈 총리를 불러 시민 150명을 참석시킨 가운데 75분간 문답하는 '선거광장' 프로그램을 전날 내보냈다.
이 자리에서 구동독 튀링겐 주 아폴다 출신의 한 남성은 외국인 망명자나 난민이 독일 주류문화를 교체할 우려를 표하면서 "많은 시리아 난민이 (시리아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것을 읽었다"고 했다. 그러곤 "1945년 우리의 조부모들이 그랬다면, 독일은 더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시리아 병역 거부자들을 문제시하면서 독일로 유입되는 이 국가 출신의 난민 부담을 동시에 건드린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좌중에선 즉각 "우우"하는 야유가 터져 나왔지만, 메르켈은 예의 침착하게 손을 들어 상황을 정리한 뒤 시리아 독재자 아사드가 자국군을 통해 자국민을 죽음의 위협에 빠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난민은 제네바협약에 따라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며, 그들로 인해 기존 독일인들의 복지과 교육기회가 줄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처지가 한층 나쁜 이들에게 열린 마음을 가져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슈피겔 온라인은 이 장면을 "메르켈의 가장 강력했던 순간"이라고 평했다.
메르켈 총리는 자신이 당수로 있는 집권 기독민주당의 자매 보수당인 기독사회당 호르스트 제호퍼 당수가 줄기차게 앞세우는 연간 20만 명 규모의 난민상한제 도입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을 뿐 아니라 나는 그것이 실행 가능하다고도 보지 않는다"고 재차 밝혔다.
이 매체가 가장 괜찮았던 질문으로 꼽은 것 중에는 한 남성 간호사 수습생의 물음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근무하는 현장 시설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전하면서 지난 12년 집권 기간 메르켈 총리는 왜 개선 조처를 하지 않았는지 알고 싶다고 쏘아붙였다.
이날 문답은 독일사회가 안고 있는 거의 모든 과제가 망라됐다. 연금, 양육, 간호, 환경보호, 농업, 난민, 인종차별, 디젤 추문, 동물보호, 연방군, 터키 이슈에 관해 시민 패널들은 거침없이 물었다.
슈피겔 온라인은 그러나, 앞서 경쟁 상대인 사회민주당 마르틴 슐츠와의 TV토론 때처럼 교육이 또다시 별로 중요하지 않게 취급되고 디지털화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은 한 차례도 거명되지 않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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