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난방하는 中북부 기대수명, 남부보다 3년 짧아"(종합)
심각한 대기오염에 폐암·뇌졸중 환자 늘어난 탓
(서울·홍콩=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안승섭 특파원 = 석탄으로 겨울철 난방을 하는 중국 북부 지방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남부 지방 사람들보다 3년 이상 짧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석탄을 때면 대기가 오염되고 그로 인해 심폐 관련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 기대수명이 단축된다는 것이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EPIC)와 중국, 이스라엘의 공동 연구 결과 중국 화이허(淮河) 북부 지방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남부보다 3.1년 짧은 것으로 드러났다.
EPIC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의 중국 154개 도시 관련 자료를 토대로 대기오염과 기대수명을 조사해 이런 결과를 얻어냈다.
중국 당국은 화이허 강 북부에 대해서는 석탄을 이용해 난방하도록 허용했지만, 강 남부에 대해서는 이런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다.
중국은 1950~1980년 사이 화이허 강 북부 지방의 주택과 사무실 겨울 난방을 위해 석탄 사용 보일러를 대대적으로 보급했다.
EPIC는 오랜 기간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대기오염을 기대수명 차이의 주 요인으로 손꼽았다.
폐암, 뇌졸중 등 심폐기능 부전에 따른 질병이 사망률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화이허 강을 두고 북부 및 남부 지방의 대기의 질 차이에 처음으로 초점을 맞춘 사례다.
EPIC 이사 마이클 그린스톤은 "대기오염이 심하면 심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리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오랜 기간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어떤 결과가 야기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4년째 '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도심의 스모그 감축과 물·토양 오염 해소 등에 나서고 있다.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깨달은 중국 정부가 전기나 가스보일러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중국 북부 지방의 대기오염도 이전보다는 덜한 편이다.
2013년에 실시된 비슷한 연구에서는 중국 북부와 남부 지방 사람들의 수명 차이가 무려 5년 6개월에 달했다.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대기 질(質) 기준을 준수한다면 중국인들은 지금보다 평균 3.5년 더 살 수 있다는 게 EPIC의 설명이다.
대기 중 미세먼지가 큐빅미터(㎥) 당 10마이크로그램(㎍)을 넘어설 때마다 기대수명이 0.6년씩 단축된다고 EPIC는 덧붙였다.
특히 베이징(北京) 주민의 경우 WHO가 정한 대기 질 기준을 준수한다면 평균 기대수명이 6.4년이나 늘어나고, 하얼빈(哈爾濱) 주민의 기대수명은 무려 6.9년이나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의 경우 1월부터 7월까지 초미세먼지(PM2.5)는 큐빅미터 당 평균 45㎍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반해 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은 69㎍까지 치솟는다.
베이징 당국은 올겨울 산업용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고 교통량을 통제하는 한편 수천 개의 석탄 발전 보일러를 폐쇄하는 등 강력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난징대 연구 결과 베이징, 톈진, 허베이(河北), 양쯔강(揚子江) 삼각주, 주장(珠江) 삼각주 등 산업 발달로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서는 사망 원인의 3분의 1이 스모그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의 한 전문 연구기관은 중국의 대기오염으로 인해 110만 명이 조기 사망한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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