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 살해한 우울증 엄마들…"왜곡된 모성애 탓"

입력 2017-09-11 17:04
어린 자녀 살해한 우울증 엄마들…"왜곡된 모성애 탓"

남양주 4·6세 남매 등 비속살인 잇따라…존속살인만 가중처벌

(남양주=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벌어진 4·6세 자녀 살인사건을 비롯해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가 어린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자녀를 살해하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자녀와 함께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왜곡된 모성애'에서 비롯된 결과로 분석됐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0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에 사는 A(42·여)씨가 자신의 집에서 6살 딸과 4살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다.

A씨는 범행 후 흉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귀가한 남편에게 발견돼 미수에 그쳤다. 자해의 후유증으로 A씨는 이날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A씨는 평소 우울증 증세가 심해 약을 복용해온 것으로 확인됐으며, '애들을 데리고 가겠다'는 내용의 유서가 현장에서 발견됐다.



지난 7월 26일에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 8층에서 30대 어머니가 5개월 난 아들과 함께 투신하는 사건도 있었다.

B(37·여)씨는 다행히 목숨을 건져 입원 치료 중이나, 아들은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B씨가 아기 키우는 어려움을 주변에 토로하고 산후 우울증을 앓았었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같은 날 충북 보은의 한 아파트에서는 산후 우울증을 앓던 C(36·여)씨가 낳은 지 4개월 된 아들이 시끄럽게 운다며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울증을 앓게 되면 자존감이 없어지고, 자녀도 자신처럼 불쌍한 상태에 있다고 착각한다"면서 "자녀들이 비참해지기 전에 내가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왜곡되고 그릇된 모성애 때문에 사건을 저지른다"고 분석했다.

배 교수는 이어서 "자녀 살해의 1차 책임은 물론 피의자에게 있지만, 그 사이에 주변 사람과 사회는 뭘 했는지 물어야 한다"면서 "사회적 안전망과 케어가 부족한 사회에서 벌어진 '사회적 살인'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 형법은 자신 또는 배우자의 직계 부모를 살해한 행위에만 가중처벌을 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일반적인 살인의 형량은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존속살인 사건은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을 적용받는다.

이에 반해 자식을 살해한 부모는 별도의 가중처벌이 없으며, 특히 영아 살해는 최고 형량이 징역 10년에 불과하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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