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했던 빈수레' 교육 정규직전환…정부 비정규직 제로 '멈칫'

입력 2017-09-11 16:28
수정 2017-09-11 17:29
'요란했던 빈수레' 교육 정규직전환…정부 비정규직 제로 '멈칫'

유치원강사 1천명만 무기계약직…학교회계직 1만2천명 정부지침 따라 전환

가장 큰 잣대는 업무 지속성 아닌 '공정성'…"사회적 논란 우려했다"

(세종=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11일 발표된 교육분야 비정규직 개선 방안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노동계가 요구해 온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큰 관심이 모아졌던 비정규 교원 가운데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고, 학교강사도 7개 직종 중 유치원 돌봄교실 강사, 유치원 방과후과정 강사 1천여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핵심 노동정책으로 내세운 가운데 비정규직 규모가 가장 큰 교육분야에서 기대 이하 성적표가 나옴으로써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교육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는 국공립학교만 심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사립학교가 국공립 수준 이상으로 정규직 전환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는 만큼 이번에 제시한 지침은 사실상 대부분 학교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분야 종사자는 공무원 신분인 교원(공무원)과 행정직 외에 기간제 교사, 학교강사, 학교회계직원(학교공무직원) 등 비정규직으로 나뉜다.

교육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유치원·초·중·고교 기간제 교사가 4만6천600여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교육공무직과 강사는 각각 14만명 정도로 추산한다.

단위학교와 계약하는 강사의 경우 정확한 통계가 없어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등은 강사 수가 16만4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파견·용역(2만7천여명)까지 합치면 전체 학교 비정규직은 약 38만명에 달한다는 게 비정규직연대회의 설명이다.

기간제 교사를 비롯해 비정규 교원의 정규직 전환 판단에서 교육부 전환 심의위가 가장 큰 잣대로 삼은 것은 업무의 지속성이나 상시성이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과 공정성이다.

교육부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인 정규 교원 채용에서 사회적 형평성 논란 등을 고려해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교사가 되기 위한 교원 임용고사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기간제 교사를 우선 선발할 경우 벌어질 후폭풍과 사회적 논란을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신익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도 "채용의 공정성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 기준이 무너지면 사회적 파장이 크고 또다른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우려했다"고 말했다.



대신 교육부는 정규 교원과의 불합리한 차별 해소를 위해 시도 교육청과 기간제 교사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처우 개선과 불합리한 고용 관행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일부 사립학교의 경우 교원 정원을 안 채우고 인력운영 편의를 위해 정원 외 기간제 교사 채용이 횡행하는 것으로 보고 정규 교원 확충을 유도할 방침이다.

심의위는 영어회화 전문강사의 경우도 채용 공정성과 교육현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교육부는 영어교사 부족 문제가 정규 교원 확대를 통해 해결돼야 하며, 영어회화 전문강사도 도입 당시에도 처음부터 정규 교원으로 채용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인식에서 영어회화 전문강사가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경우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어서 영어 전문강사 제도는 사실상 단계적으로 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국공립 학교회계직원 1만2천여명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으로 포함시켰지만, 이는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러자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분야 정규직 전환 심의가 성과는 내지 못한 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비롯해 여러 집단 간에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8월초 교육부 정규직 전환 심의위가 가동에 들어간 뒤 기간제 교사와 비정규직 강사, 정규 교원, 교대생, 중등교사 임용시험 준비단체, 사범대생 등은 서로의 주장을 펼치면서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다.

여기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육 관련 단체 등이 가세하면서 혼란은 더욱 커졌다.

신익현 국장은 "결과적으로 (논란만 키웠다는) 비판에 일부 공감한다"며 "심의위 회의 막판에 표결까지 하는 등 치열하게 논의했지만 여러 문제를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정규직 전환 결정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 해소 정책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어왔다. 정부가 처음 공언한 대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자 민주노총은 사회적 총파업으로 압박했고 그 한가운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었다.

실제로 지난 6월30일 5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비정규직이 주도하는 첫 집회로 치러진 총파업에는 급식조리원과 교무보조원, 돌봄전담사, 특수교육보조원 등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전환심의위 결정으로 잘못된 고용형태가 퍼진 학교현장에 어떤 변화와 개혁도 가져올 수 없게 됐다"며 "정규직 전환심의와 관련한 전면적인 재논의가 불가피하고 교육정책과 구조를 바꾸기 위한 근본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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