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전 호투' KIA 임기영 "죄스러워 야구 잘 안 봐"
군 제대 후 KIA에서 선발로 '대박'…시즌 최다 2완봉
"전반기는 생각 없이 던져…생각 많아지니 부진"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임기영(24·KIA 타이거즈)의 1군 무사귀환은 고전하던 KIA 타이거즈에 천군만마와도 같다.
임기영은 1군 복귀전인 9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경기 막판 불펜에서 역전을 허용해 시즌 8승은 무산됐지만, 전반기처럼 호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경기였다.
10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임기영은 "초구부터 마지막 공까지 전력투구했다. 너무 집중했다. 복귀전은 일단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임기영은 올 시즌 KIA 타이거즈 마운드 최고의 발견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4시즌 종료 후 송은범(33) 보상선수로 한화 이글스에서 KIA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임기영은 상무를 거쳐 올해 1군에 복귀했다.
전반기 그의 활약은 놀라웠다. 14경기에 등판해 7승 2패 78⅓이닝 평균자책점 1.72로 잠시나마 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질주했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 짧게 좋은 성적을 낸 게 아니다. 임기영은 올해 2번이나 완봉승을 거둬 여전히 이 부문 리그 단독 1위를 지키고 있다.
임기영의 선발진 활약은 순항하는 KIA에 순풍이 됐다. 전반기 KIA가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달린 건 임기영이 4번째 선발투수로 굳게 자리를 지켜 준 덕이다.
그러나 임기영은 생각지 못한 일에 발목이 잡혔다. 6월 7일 한화전에서 시즌 2번째 완봉승을 거둔 바로 다음 날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임기영은 "폐렴이 오고 나서 마음이 조급했다. 빨리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에 밸런스가 무너졌다. 나도 모르게 세게 던지려고 했고, 결과도 너무 별로였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임기영은 7월 5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부진했고, 8월 8일 넥센 히어로즈전(3⅔이닝 5실점) 패전 이후 1군에서 말소됐다.
전반기 투구에 눈을 뜬 듯했던 임기영은 7월 이후 등판 경기에서 눈에 띄게 실투가 늘었다.
원래부터 구위보다 제구력으로 타자를 상대한 임기영은 공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타자를 이겨내지 못했다.
게다가 팔꿈치에 잔 부상까지 오면서 구속도 떨어졌다.
임기영은 "전반기에는 체인지업을 던져도 안 맞거나 (타자가 휘둘러도) 빗맞았다. 그런데 (7월부터) 체인지업을 때린 타구가 앞으로 나가니 당황했다. 뭘 던져도 맞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공교롭게도 1군에서 빠진 시기와 임기 KIA의 부진이 맞물리면서 임기영의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전반기만 해도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할 것만 같았던 KIA는 아직 매직넘버를 두 자릿수 이하로 줄이지 못하고 있다.
1위 KIA와 2위 두산의 격차는 3.5게임. 매직넘버는 13으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임기영은 "2군에 내려간 뒤에는 야구 자체를 잘 안 봤다. 뭔가 죄스러운 마음에서다. 팀을 위해 던지고 싶은데 잘 안 돼서 죄송했다"고 털어놨다.
임기영이 자리를 비운 사이, KIA는 양현종∼헥터 노에시∼팻 딘을 받쳐줄 4선발을 끝내 찾지 못했다.
임기영은 8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KIA에 마지막 퍼즐 조각이나 다름없다.
그는 "2군에 내려가서 많은 생각을 했다. 전반기와 후반기 영상 보면서 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답을 찾았다"며 남은 경기 활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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