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염원' 논하던 홍콩 대자보, '패륜 논쟁'에 휘말려
교육차관 아들-류샤오보 죽음 조롱한 포스터가 발단
"대자보 게시자 처벌" vs "표현의 자유 침해" 공방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독립'을 염원하는 대자보를 놓고 벌어졌던 논쟁이 엉뚱하게 패륜 논쟁으로 번졌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홍콩 독립을 촉구하는 현수막과 포스터가 홍콩 중문대학에 내걸리면서 시작됐던 논쟁은 7일 홍콩 교육대에 붙은 대자보로 인해 다른 양상으로 흘렀다.
7일 홍콩 교육대의 '민주주의 벽'에 크리스틴 추이 교육부 차관의 아들이 최근 자살한 것을 놓고 '축하한다'고 조롱하는 대자보가 붙은 것이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즉각 "몰인정하고 무자비한 행동"이라며 비난했고, 대학 당국은 사과와 함께 대자보를 붙인 학생을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교육대 학생회는 "대자보 내용을 인정할 수는 없지만, 대자보를 붙인 학생을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이에 격분한 일부 초·중·고교 교장들은 교육대 출신 교사를 채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일부 학교는 교육대 출신 교생 10명을 돌려보냈다. 홍콩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생 실습을 마쳐야 한다.
더구나 홍콩 시티대학에는 지난 7월 간암으로 사망한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에 대해 '축하한다'고 조롱하는 대자보가 붙어 사태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홍콩 정부는 이에 성명을 내고 "정치적 입장에 상관없이 자유를 행사하고자 할 때는 다른 사람과 사회의 도덕적 가치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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