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만큼 내렸나"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세 '멈칫'

입력 2017-09-10 10:22
수정 2017-09-11 05:58
"내릴만큼 내렸나"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세 '멈칫'

잠실 주공5단지 호가 8·2대책 전 육박…강남 청약 열기 여전

분당 등 신도시는 매수 문의 '뚝'…가계부채대책 등 추가 대책 지연 변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연정 기자 =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 5주차를 넘기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책 발표 이후 한 달 여간 내려가던 매매가격 하락 폭이 줄어들고 약세를 주도하던 재건축 단지도 지난주 하락세를 멈췄다.

최고 50층 재건축 꿈을 이룬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거래량이 많지 않아도 호가가 거의 8·2대책 이전 수준까지 회복돼 다른 재건축 단지에까지 영향을 미칠 분위기다.

또 시세보다 싸게 나온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일반분양은 청약 경쟁률이 100대 1이 넘는 등 과열을 빚으면서 8·2대책 이후 바짝 얼어붙었던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당초 이달 말 발표가 예상됐던 가계부채대책 등 추가 대책이 추석 이후로 연기될 것으로 보이면서 가격 하락 없는 거래 공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5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분당신도시와 수도권 다른 신도시는 거래가 올스톱되는 등 일단 관망세로 접어들었다.

◇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 멈춰…잠실 주공5단지 8·2대책 이전 수준 회복

10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1% 하락했다. 8·2대책 발표 이후 5주 연속 하락세지만 낙폭은 전주(-0.03%)보다 줄었다.

민간 시세 조사업체인 부동산114 통계에서는 7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전주(0.02%) 대비 0.05% 상승했다.

이 업체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대책 발표 이후에도 하락 없이 상승 폭이 계속 둔화돼왔는데 지난주엔 오름폭이 소폭 확대된 것이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값은 4주간 이어지던 하락세를 멈추고 지난주 보합 전환했다. 부동산114 조사에서 강남구 개포 주공1단와 둔촌 주공아파트는 가격이 소폭 하락했지만 최고 50층 재건축의 꿈을 이룬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가격이 크게 오른 때문이다.

잠실 주공5단지는 지난 7일 잠실역 사거리에 짓는 아파트 3개 동에 최고 50층 높이의 재건축이 허용되고 정비계획 통과가 임박하면서 호가가 거의 8·2대책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 아파트 119㎡는 8일 16억8천만원에 거래된 후 17억원 이상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는 8·2대책 발표 전 시세와 비슷하고 7월 하순 17억2천만원에 팔린 역대 최고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8·2대책 발표 직후 급매물이 15억5천만원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새 다시 1억3천만원 이상 올랐다.

112㎡도 지난 7일 15억5천만원에 팔린 뒤 현재 15억5천만∼16억원에 매물이 나온다. 호가는 역대 실거래 최고가(15억7천만원)보다 높다.

잠실 주공5단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비록 3개 동이지만 한강변 재건축 단지 중 처음으로 50층이 들어선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고, 오랜 기간 끌어온 재건축 정비계획이 사실상 통과된 것이어서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과 달리 '49층' 재건축이 무산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주말 들어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하고 가격을 올리고 있다.

잠실 주공5단지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12억∼13억원 선에 살 수 있는 은마아파트 쪽으로 매수자들의 입질이 늘었다는 것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은마아파트는 49층 재건축 심의가 서울시에서 반려된 상황이라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잠실 주공5단지를 사기 부담스러운 투자 수요나 실제 거주를 원하는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다만 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거래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일반 아파트 시장은 '버티기' 장세가 길어지고 있다.

집주인들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시한이 내년 3월 말까지로 여유가 있고 가계부채대책, 임대사업자 인센티브안이 담긴 주거복지로드맵 등 추가 대책을 지켜보겠다며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노원구 상계동 W공인 대표는 "가격이 확 떨어지는 것도 없고 매물도 별로 없다"며 "매수자들이 붙지 않으니 집주인들도 가격을 더 낮추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실수요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는 도심권 아파트들은 거래가 거의 없는데도 가격은 여전히 강세다.

성동구 옥수동의 M공인 대표는 "e편한세상 옥수파크힐스 아파트 83㎡의 경우 8억∼8억5천만원 시세가 8·2대책 이전부터 현재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일부 사정이 있는 실수요자들은 가격이 비싸도 매입을 하니까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투기과열지구 '분당' 매수 문의 뚝…급매물은 아직

지난 5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분당·판교신도시 일대는 일단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

서현동의 H공인 대표는 "지난 주말까지도 매수 문의가 많았는데 투기과열지구 발표 이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집주인들도 얼떨떨한 상황에서 가격을 낮추진 않고 있어서 한동안 거래공백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판교신도시의 K공인 대표도 "5일 이후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너무 조용하다"며 "당장 급매물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매수·매도자 모두 눈치를 보며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투기과열지구 지정에서 벗어난 일산·평촌 등 다른 신도시도 일단 정부의 후속 조치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집중 모니터링 대상 지역에 포함되면서 집값이 오를 경우 언제든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양 평촌동 H공인 대표는 "매도든 매수든 문의 전화가 없다"며 "매물도 거의 없지만 그마저도 집주인들도 가격을 낮추지 않고 있고 매수자들도 섣불리 사기가 두려워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GTX 개발 호재가 있는 일산 동구 지역에는 투자들의 문의가 여전한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일산 식사동 J공인 대표는 "GTX 노선을 따라 후광 효과가 기대되는 곳에는 갭투자 수요 문의가 하루 한두 통씩은 걸려온다"며 "소형 주택형은 매물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 가계부채 등 추가 대책 발표 지연…청약열기 등 변수

전문가들은 정부의 가계부채대책 등 후속 대책 발표가 지연되면서 한 달 이상 관망하던 매수·매도자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당초 8월 말 예상했던 가계부채대책을 9월 둘째 주 가량으로 잠정 연기한 데 이어 최근 북핵 등 안보 불안과 추석 민심 등을 감안해 대책 발표를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초 이달 말로 예정했던 주거복지로드맵 발표도 추석 이후로 연기될 공산이 커졌다.

가계부채대책은 주택 대출과 관련한 규제가, 주거복지로드맵에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방안이 담길 예정이어서 다주택자들의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돼왔다.

한국자산관리연구소 고종완 소장은 "이달에 대책이 나오면 추석 이후 가족 간 회의를 거쳐 의사결정을 한 뒤 매물을 내놓는 등 변화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대책 발표가 늦어지면 그만큼 다주택자들의 움직임도 미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호재가 있는 재건축 단지에 매수세가 몰려들고, 청약열기는 여전히 뜨겁다는 점에서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는다. 주변 시세보다 200만∼300만원 이상 낮은 가격에 분양돼 '로또'아파트로 불린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한신6차 재건축 '신반포센트럴자이'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68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 과열을 빚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추가 대책 발표가 지연되면서 일부 대기수요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집을 사면 국지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는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집값 안정에 대한 정부 의지가 확고한 만큼 관망세가 길어지다가 추석 이후 매수·매도자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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