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 선수로 나오네' 황당한 광주 공기업 임원공모

입력 2017-09-10 10:05
'심판이 선수로 나오네' 황당한 광주 공기업 임원공모

임원추천위원이 직접 도시공사 임원 공모에 응모

광주 공기업·출연기관장 공모 끝없는 신뢰 추락

(광주=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광주시 산하 공기업·출연기관장 공모가 불공정, 무원칙 논란 등으로 신뢰를 잃는 등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심사를 맡은 임원추천위원이 '셀프 응모'하는가 하면 원칙과 기준이 없는 심사 잣대는 불공정 시비까지 낳고 있다.

10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최근 진행한 광주도시공사 2명의 상임이사(경영·사업본부장) 공모에 A씨가 응모,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A씨는 도시공사 임원 응모자들을 심사하는 7명의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의 위원 중 한 명으로 최근 위원직을 사퇴하고 본인이 직접 응모했다.

도시공사 사장 공모 과정에서 함께 활동했던 임추위원들이 A씨를 평가한 셈으로 도덕성 시비는 물론 적절성 논란까지 나온다.

사전로비 등을 막기 위해 임추위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임추위는 지난 6개월간 3차례의 도시공사 사장 공모에서도 부적격·자진사퇴 등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사장을 뽑지 못해 임추위원 자질 시비까지 일었다.

특히 도시공사 사장 3차 공모에서는 '박근혜 정부 적폐청산 공공기관장에 이름을 올린 후보'라며 노동계가 반대한 인사를 최종 2인으로 추천하는 등 수준 이하의 심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임추위는 또 상임이사 서류심사에서 도시공사 사장 응모 전력을 이유로 응모자를 탈락시키기도 해 자의적 기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직전에 진행됐던 도시철도공사 사장 공모 과정에서 1차에 탈락해 재도전한 후보를 임추위에서 사장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도시철도공사 사장은 1차 공모에서 떨어진 후보가 재도전해 결국 사장에 임명되는 등 무원칙한 공모 잣대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같은 이유로 이번 도시공사 상임이사 심사에서도 일부 위원이 '명확한 기준이 없는 자의적 잣대'라며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공모에서도 사무처장에 도전했다가 떨어진 후보가 직속상관인 사장 후보로 최종 낙점되는 등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연출됐다.

상당수 공기업·출연기관 임직원 공모과정에서 최종 임명권자의 동문, 혈연, 선거 보은 의혹 등이 제기되는 등 불공정한 평가라는 불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번 도시공사 본부장 공모에서도 시장과 혈연관계에 있는 후보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도시공사 안팎에서 나온다.

광주도시공사의 한 직원은 "직전까지 임원추천위 활동을 한 사람이 느닷없이 선수로 출전, 본선에 올라가는 이해하긴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심사의 공정성을 말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임원추천위 구성 단계부터 불공정하고 불투명하다는 의혹이 적지 않다"며 "이는 결국 심사과정에서 무원칙하고 자의적 평가가 이뤄지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고 지적했다.

광주도시공사 관계자는 "한번 떨어진 후보의 재응모를 제한하는 규정 등은 없다"며 "임원추천위원들이 알아서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nic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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