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 "브라질 좌파정권 기간 소득 불평등 줄지 않았다"
상위 10%가 경제성장의 61% 흡수…노동자당 "현실 제대로 반영 안 돼" 반박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에서 좌파가 집권한 기간에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소득 불평등이 거의 줄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이는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좌파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의 연구를 통해 나온 결론이라고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케티 교수는 우파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 대통령 정부 말기인 2001년부터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정부(2003∼2010년)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2기 정부 첫해인 2015년까지를 분석 대상으로 했다.
이 기간에 총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54.3%에서 55.3%로 높아졌다. 중위 40%는 34.4%에서 32.4%로 감소했고, 하위 50%는 11.3%에서 12.3%로 증가했다.
브라질의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47%), 중국(41.4%), 프랑스(32.6%)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피케티 교수는 2001∼2015년에 이뤄진 경제성장의 결실 가운데 61%를 상위 10%가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고,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빈곤층에 흡수된 비율은 18%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피케티 교수는 "결론적으로 브라질의 소득 불평등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으며, 부와 소득의 편중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이윤 증가율(231%)이 근로자들의 소득 증가율(74%)보다 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난 점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저소득층 지원 프로그램인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ilia) 등을 통해 빈곤층을 줄이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했다는 좌파정권의 성과를 부인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자당 관계자는 "이 연구는 소득재분배 효과를 간과하고 있다"면서 "브라질의 빈곤층이 대부분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브라질 좌파정권은 '보우사 파밀리아'를 통해 빈곤층을 극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라질 정부 자료를 기준으로 2016년 말 현재 '보우사 파밀리아' 프로그램의 지원을 신청한 주민은 1천400만 가구다.
그러나 2015년부터 이어진 경제침체로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보우사 파밀리아' 지원액이 동결되는 등 빈곤층 복지 정책이 위축되고 있다.
앞서 세계은행(WB)은 지난 2월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브라질 경제의 침체로 올해 말까지 360만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빈곤층이 늘어나지 않도록 '보우사 파밀리아'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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