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아프간서 '이슬람 모욕' 전단 뿌렸다 곤혹
쿠란 구절 적힌 깃발을 개에 두른 전단으로 반발 여론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심리전의 하나로 탈레반 활동 지역에 전단을 뿌렸다가 '이슬람을 모욕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9일 아프간 인터넷신문 카마프레스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아프간 주둔 미군은 최근 북부 파르완 주에서 항공기를 이용해 탈레반을 비난하는 전단을 뿌렸다.
문제는 미군이 전단에서 미군 등 연합군을 사자에, 탈레반을 개에 빗대 표현하면서 개의 몸통에 두른 깃발에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 무함마드는 신의 사도다'라는 이슬람 신앙 고백 글귀(샤하다)를 적은 데서 비롯됐다.
샤하다는 탈레반이 그들의 깃발에 사용하기는 했지만, 원래 무슬림이 성스럽게 생각하는 이슬람 경전 쿠란 첫 장에 적힌 글이다.
이를 개의 몸통에 두른 것에 대해 탈레반이 아니라 이슬람 전체를 모독한 것이라는 주장이 아프간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수도 카불 외교단지에 있는 이슬람 사원의 이맘(이슬람 성직자) 무함메드 아야즈 니아지는 8일 금요 예배에서 이번 사건을 언급하며 "(미군이) 18억 무슬림의 감정과 우리가 경건하게 생각하는 것을 존중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중한 죄를 저지르고도 자신들이 살 수 있을지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고 저주에 가까운 말을 퍼부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전 대통령도 "이 전단은 미군이 아프간 국민의 생각과 감정을 조롱한 것"이라며 "(아프간 국민의) 증오를 일으킨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미군은 책임자가 사과하며 파문 차단에 나섰다.
아프간 특수전 사령관인 제임스 린더 미군 중장은 "이번 실수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군은 자칫 이번 사태가 2012년 벌어졌던 미군 반대 폭동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에서는 주둔 미군들이 쿠란과 이슬람 종교 서적을 불태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켜 미군과 군사고문 등 4명이 살해되고 아프간 주민 등 30여 명이 숨진 바 있다.
최근 아프간에서는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로힝야족 무슬림 주민에 대한 박해에 반대하는 시위가 자주 벌어지고 있으며, 이들 시위에서도 이번 전단과 관련해 미군을 비판하는 언급이 자주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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