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서 쫓겨나는 北대사 "추방명령은 무지한 조치" 반발(종합)
"핵무기 있어 두려울게 없다…美 적대정책 계속하면 핵 강화할 것"
주멕시코 한국대사 "유엔안보리 결의 이행 위한 정당 조치" 반박
(멕시코시티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멕시코 정부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은 김형길 주 멕시코 북한대사는 8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적대 관계의 산물이지 멕시코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김 대사는 이날 멕시코시티 북한대사관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에 대한 추방 명령을 "무지한 조치"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신엠바르고와 라프렌사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멕시코 정부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항의 표시로 김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고 72시간 이내에 떠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대해 김 대사는 "멕시코 정부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아무런 근거 없이 이와 같은 양자 외교 조치를 한 데 대해 항의와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고 반응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잔혹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가장 강력한 핵무기를 손에 넣었다. 따라서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다"면서 "미국이 적대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계속 핵무기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일요일인 10일 멕시코에서 출국할 예정이다. 김 대사가 입장을 발표하는 자리에는 좌파 성향의 모레나 당과 인민당 의원 3명이 참석했다.
이번 추방 명령은 역사적으로 '불개입' 외교 정책을 견지해온 멕시코로서는 이례적인 조치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도 멕시코는 전통적으로 외교적 분쟁을 피하는 데 주력해왔으나, 최근 몇 달 동안 베네수엘라 사태와 북한의 안보위협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강력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교장관은 "북한의 최근 (핵·미사일) 시험들에 대해 절대적인 반대의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멕시코는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달 칠레를 방문해 "칠레와 브라질, 멕시코, 페루에 대해 북한과의 외교·통상 관계를 모두 단절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한 바 있다.
전비호 주멕시코 한국대사는 북한대사 추방과 관련, 멕시코 통신사인 노티멕스의 뉴스쇼와 청취자 점유율 55%인 라디오 레드에 출연해 멕시코 정부의 결정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을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전 대사는 멕시코 정부의 조치는 북핵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자 북핵 불용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중남미 비핵화를 보장하는 트랄테롤코 조약 성안국인 멕시코 정부가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규탄과 압박에 동참하고 동북아 비핵화를 지지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엘 우니베르살, 텔레비사, 밀레니오 등 현지 주요 언론은 72시간 내 북한대사를 추방키로 한 멕시코 정부의 결정을 담은 외교부의 성명과 유엔안보리 결의 준수 관련 대통령 행정명령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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