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눈 감은 경찰에 법정형보다 낮은 벌금형 선고 논란
법원 "항소심 감형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법조계 "비상상고해야"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법원이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에게 형법이 정한 형량의 범위인 법정형보다 낮은 벌금형을 선고해 논란을 빚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장일혁 부장판사)는 지난 6월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파출소장의 지인을 적절한 조치 없이 귀가시킨 혐의(직무유기)를 받는 경찰관 송모(53)씨에게 1심이 선고한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깨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형법은 직무유기를 한 공무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가 송씨에게 선고한 벌금형은 이같은 법정형을 벗어난 감형에 해당하지만 검찰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항소심 판결에 이의가 있으면 7일 이내에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지만 송씨는 물론 검찰도 상고하지 않아 법적 근거가 없는 벌금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일각에서는 송씨를 변호한 변호인이 부장판사 출신이라며 전관예우 의혹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법원 관계자는 "1심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무겁지만 선고유예를 내리기에는 과하다고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다"며 "법정형에서 벗어난 벌금형 선고는 실수"라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송씨의 주장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송씨가 깊이 반성하고 있고 25년간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수회에 걸쳐 표창을 받는 등 성실히 근무해 왔다"며 "이번 사건으로 올해 4월 해임됐고, 송씨가 금전적 대가나 이득을 취한 것은 아니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법정형에 없는 선고를 내린 사례가 나오자 검찰이 비상상고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사소송법은 판결 확정후 해당 판결이 법령에 위반된 점이 발견되면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한편 송씨는 서울 강남경찰서에 근무하던 2015년 11월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A씨를 무단으로 귀가시킨 혐의를 받는다.
송씨는 같은 경찰서 소속 동료로부터 '서울 강남구에 있는 파출소장의 지인이 음주운전에 단속됐으니 한번 알아봐 달라'는 전화를 받고 현장에 가서 A씨를 인계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송씨는 A씨를 순찰차에 태워 집에 데려다주고, 후배 경찰관에게 A씨의 자동차를 운전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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