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금융인] 인사 담당자들이 말하는 금융권 입사 방법
"직무 이해도와 금융지식이 중요…자기소개서는 시작이자 끝"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이세원 박의래 기자 = 금융권의 인사 담당자들은 '바늘구멍' 취업 문을 뚫기 위해 직무 이해도와 금융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자기소개서는 취업 과정의 시작이자 끝인 만큼 정성을 들여 준비하고, 면접에서는 예의 바르고 자신감 있게 사실만을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채용 과정이 대부분 비슷하지만 가고 싶은 회사나 업권의 분위기나 인재상을 잘 기억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시중은행, 업무 이해도와 적성이 중요
대부분의 은행은 서류심사와 필기시험, 면접 등의 과정을 거쳐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서류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소개서다. 시중은행 채용 담당자들은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거나 꾸며낸 이야기로 채우지 말 것을 강조했다.
돈을 들여 전문컨설팅 업체에 맡기거나 기업의 인재상에 맞춘 소통이나 협업, 신뢰와 같은 단어를 나열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주제에 맞춰 성격이나 전공, 전문적인 경력 등을 구체적인 사례로 간결하게 쓰는 것이 좋다. 본인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친구나 지인에게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은행[000030] 인사 담당자는 "성장 과정이나 막연한 나열 방식의 자기소개보다는 구체적인 사례 위주의 소개서가 높은 점수를 받는다"며 "제목을 달고 문단을 나누며 두괄식으로 가독성이 좋은 자기소개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필기시험을 준비할 때는 금융권 이슈들을 정리하고 해당 이슈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정리해 놓으면 도움이 된다.
해당 은행의 경영연구소 자료나 기사를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면접에서는 자기소개서에서 질문이 많이 나오니 미리 나올 수 있는 질문들을 고민해 보고 연습하는 것도 좋다.
다만 답변을 외워서 하기보다는 솔직하고 자신감 있게 해야 한다.
토론식 면접에서는 자기 생각을 간결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도 중요 포인트다.
KB국민은행 인사 담당자는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대화를 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융공기업, NCS포털에서 직무설명서 숙지…전공필기 중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024110],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 공기업들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바탕으로 채용 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직무설명서를 꼼꼼히 숙지한 뒤 그에 맞춰 지원서 작성과 필기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직무설명서는 각 기관의 채용 홈페이지와 NCS포털(www.ncs.go.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업은행 인사 담당자는 "입사지원서는 채용의 처음과 끝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직무기술서와 자기소개서 작성에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기시험은 NCS 기반 직업기초능력평가와 직무수행능력평가로 구성된다.
직업기초능력평가는 객관식으로 의사소통능력과 문제해결능력, 정보능력 등을 평가한다.
직무수행능력평가에서는 전공분야와 관련해 객관식과 주관식, 논술 등으로 구성돼 있다.
면접은 1차 면접인 실무진 면접과 2차 면접인 임원 면접으로 구성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집단면접과 프레젠테이션 면접, 심층 토론, 팀 과제 수행면접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심층 토론 면접에서는 영화 속 상황을 제시하고 찬반 의견을 묻는 등 주제 범위가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수출입은행도 특정 상황을 주고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직무 상황을 해결하는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기업은행은 1차 면접인 역량 면접을 1박 2일로 진행한다.
판매, 협상, 팀 과제, 개인 과제 등을 통해 지원자의 문제해결능력, 논리력, 설득력, 협상력, 창의성, 유연성, 배려심 등을 살펴보게 된다.
2차 임원면접에서는 주로 자기소개서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각 기관의 인재상을 기억하면서 솔직하게 답하는 것이 좋다.
예보의 인사 담당자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공적 마인드가 필요하다"며 "조직의 성장과 함께하고, 조직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큰 인재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 보험사, 직무 역량·이해도가 중요…카드사 트렌드·디지털이 중요
보험사의 채용 담당자들은 보수적인 업권의 특성에 맞게 얼마나 안정적이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리스크 관리나 자산운용, 보상, 영업, 상품개발, 정보기술(IT), 경영 등 분야가 다양해서 해당 직무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고 잘할 수 있을지를 잘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 사진이나 연령, 출신학교 등을 지원서에 기재하지 않고 실력과 직무 역량 위주로 선발하는 일명 '블라인드' 방식을 많이 도입하고 있어, 직무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검증하기 위해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면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의 경우 올해부터 종전의 집단면접 방식에서 개별면접 방식으로 변경하고 다양한 면접 방법을 활용해 직무별로 요구역량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해상[001450]도 실무면접은 상황면접, 역량면접, 주제토론 등 다양하고 구조화된 평가기법을 활용해 지원자의 역량을 다면 평가한다.
동부화재[005830]는 지난해처럼 지원 직무와 관련한 사례를 제시한 뒤 준비시간을 주고 5분간 실무 면접관 앞에서 이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발표 주제는 '당신이 동부화재 영업관리자인데, 실적과 부실계약 문제가 결부된 경우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보험사기 사건이 발생했는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와 같은 내용이었다.
동부화재 채용 담당자는 "답변을 너무 포장하거나 과장하면 다른 답변의 신뢰성까지 떨어지게 한다"라며 "무조건 절박함을 호소하거나 동부화재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만 늘어놓기보다는 예의 바르고 자신감 있게 솔직히 대답하는 지원자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반면 카드사들은 보수적인 일반 금융사들과 달리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만큼 얼마나 창의적이고 트렌드를 잘 쫓을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빅데이터나 디지털 전환 등이 카드업계의 화두여서 여기에 얼마나 관심 있고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신한카드의 경우 면접에서 '디지털+카드'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설명하고, 카드와 금융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디지털에 대한 관심, 경험, 역량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도를 중점적으로 볼 계획이다.
신한카드 인사 담당자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재를 찾으려고 한다"며 "새로운 인재가 필요한 만큼 기존의 채용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