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송이 올해는 맛 좀 보려나"…기후 좋아 대풍 예고
제천 금수산·보은 속리산 등 야생버섯 산지 초반부터 채취량 '대박'
㎏당 송이 20만원, 능이 14만원…"수확량 많아 가격 예년 절반 수준"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보은에서 자연산 버섯을 채취하는 박경화(60)씨는 요즘 산에 오르는 발걸음이 경쾌하다. 예년보다 일찍 수그러든 더위와 풍부한 강수 덕분에 송이·능이 등 야생버섯이 모처럼 풍작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야생버섯은 이 마을 주민들에게 가을 산이 주는 '보너스' 같은 존재다.
1㎏에 10만원을 호가하면서 두툼한 가욋돈을 만져볼 기회를 준다.
이곳 주민들은 매년 보은군이 관리하는 군유지 430㏊를 임차해 버섯을 채취한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은 늦더위와 가뭄이 되풀이되면서 돈벌이는 고사하고 임차료조차 건지지 못한 해가 있을 정도다.
이 마을 버섯 작목반 회장인 박씨는 "작황이 좋을 때는 한해 400∼500㎏씩 나오던 송이가 최근에는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며 "모처럼 버섯 생장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된 만큼 올해는 대풍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야생버섯 포자(씨앗)는 지표 온도가 20도 밑으로 떨어지고, 습도가 70% 안팎을 유지할 때 가장 잘 자란다.
이 무렵 포자는 가느다란 실 모양의 균사로 변하면서 성장하는 데, 수분이 모자라면 자실체(버섯)가 땅을 뚫고 나오지 못하고 과습하면 흐물흐물 녹아내리게 된다.
국립 산림품종관리센터 유성렬 박사는 "지난달 충분한 강수로 토양과 대기 중 수분함량은 버섯이 자라기 매우 좋은 조건을 갖췄다"며 "낮 기온만 조금 내려앉으면 야생버섯이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북 최대 송이 산지인 제천시 청풍면 금수산·가은산 일대에서도 버섯 채취가 시작됐다.
청풍면 학현리 임동춘(60)씨는 "지난주 밀버섯·가지버섯·싸리버섯 등이 얼굴을 내밀더니 최근 기다리던 송이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제 시작인데, 벌써 작년 절정기보다 많은 양이 나오고 있다"고 넉넉해진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지역은 1990년대 중반까지 한 해 10∼15t의 송이가 나오던 곳이다. 그러나 숲이 우거지는 등 환경 변화 속에 생산량은 격감했고, 최근에는 늦더위와 가뭄 여파로 생산량이 1t 이하로 떨어졌다.
제천시 관계자는 "송이 채취는 앞으로 한 달가량 이어지는 데, 이 시기 급격한 기상변화만 없다면 전성기 못지 않은 풍작이 기대된다"며 "생산이 늘면서 고공행진하던 송이값도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했다.
민주지산 기슭이면서 가을마다 야생버섯 시장이 형성되는 영동군 상촌면 버섯 거리에도 예년보다 일찍 장이 서기 시작했다.
지난 9일 이 시장의 버섯 시세(1㎏)는 송이(최상품) 20만원, 능이 12만∼14만원, 싸리 2만원 안팎으로 형성됐다.
버섯 수집상 남양현(65)씨는 "초반부터 많은 버섯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은 상태"라며 "상품성도 매우 좋아 송이의 경우 최상품 비중이 50%를 웃돈다"고 설명했다.
이곳 주민들은 버섯 채취가 절정을 이루게 될 이달 30일 다양한 버섯 요리를 접할 수 있는 제4회 자연산 버섯 음식축제를 열 예정이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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