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드라마 1% 체면 말이 아니네…케이블은 10%도 훌쩍

입력 2017-09-10 09:00
수정 2017-09-10 09:31
지상파 드라마 1% 체면 말이 아니네…케이블은 10%도 훌쩍

5% 아래도 빈번…tvN·JTBC·OCN 약진으로 지상파 프리미엄 사라져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KBS 2TV 수목극 '맨홀'이 제목처럼 맨홀에 빠져버렸다. 지난달 31일 1.4%를 기록하더니 7일에도 1.8%로 다시 1%대로 추락했다.

그전에도 2%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으니 낙폭이 크지는 않으나, 명색이 지상파 드라마인데 1%대 시청률이라는 점이 충격적이다.

반면, 1%만 넘으면 기본은 한다고 평가받았던 케이블 채널 드라마는 어느새 시청률 10%가 넘는 성적을 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다채널 시대와 지상파 드라마의 경쟁력 추락으로 지상파와 케이블 드라마의 시청률이 역전되는 양상이다.



◇ 지상파 드라마 5% 아래도 잇따라

'맨홀'은 아이돌 스타 출신 김재중과 유이가 주연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로 관심을 모았지만, 닳고 닳은 타임슬립 이야기를 새롭게 변주하지 못하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특히 5년 전 나온 '프로포즈 대작전'과 똑같은 얼개가 실망감을 안겨주고, 계속 꼬여버리는 상황은 집중을 방해한다. 시청률은 2%에서 맴돌다 지상파 드라마로서는 치욕인 1%대까지 추락했다.

KBS 2TV는 수목극만 난조가 아니다. 지난 5일 끝난 월화극 '학교2017'도 내내 4%대 성적으로 5% 미만에 머물렀다.

지상파 드라마가 시청률 10%를 넘기기 어려워진 것도 이미 수년 됐다. 과거에는 30%는 넘어야 인기작이라 평가받았지만 어느 순간 10%만 해도 감사한 상황이 됐다. 채널이 많아진 탓도 크지만, 지상파 드라마의 경쟁력이 하락한 영향도 있다.

'맨홀'이 1.8%를 기록한 지난 7일 MBC TV '병원선'은 11.3%-13.0%, SBS TV '다시 만난 세계'는 5.7%-6.4%를 기록했다. 그나마 10%를 넘긴 '병원선'은 히트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다시 만난 세계'는 내내 5~6%에 만족 중이다.

MBC TV 월화극 '왕은 사랑한다'도 5~7%에서 맴돌고 있다. SBS TV '월화극 '조작'이 10~12%를 오가고 있어 그나마 월화극 체면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상파 월화극이 월요일 밤 10시 KBS 1TV '가요무대'에 덜미가 잡히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월화극이나 수목극 1위를 차지해도 시청률은 간신히 10%를 넘기는 경우가 이어진다.



◇ 케이블 드라마가 10%도 훌쩍…지상파 프리미엄 실종

이런 와중에 tvN과 JTBC가 약진하고 있다. 이미 tvN은 올 초 '도깨비'로 케이블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던 시청률 20%를 넘어섰고, JTBC는 지난달 끝난 '품위 있는 그녀'로 JTBC 드라마 시청률 역사를 다시 썼다. '품위 있는 그녀'는 마지막회에서 12.065%를 기록했다.

tvN '비밀의 숲'은 시청층이 한정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음에도 6.6%로 종영했고, OCN도 '터널'이 6.5%를 기록하면서 채널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케이블 드라마도 시청률 1%는 실패작으로 평가받는 상황이 됐다. 여전히 수많은 케이블 프로그램이 0.5%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케이블 드라마의 경쟁력이 상승하면서 시청률 1~2%로는 성공작이라고 평가할 수 없게 됐다.

'짱짱'한 스펙의 기대작이었던 tvN '크리미널 마인드'가 시청률 2~3%를 기록하자 바로 실패작이 된 것과 같은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3%는 되어야 하고 5%는 넘어줘야 케이블 드라마로서도 성공작이 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어둡고 무거운 내용으로도 3%대를 유지하는 OCN '구해줘' 같은 작품이 케이블 드라마의 위상을 더욱 높여준다.

케이블 드라마의 시청률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이제 지상파 드라마 프리미엄도 실종됐다. 스타급 배우들도 케이블 드라마에 잇따라 얼굴을 내밀게 됐고, 좋은 기획안은 tvN과 JTBC로 먼저 간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톱스타 이병헌이 주연을 맡은 '미스터 션샤인'도 내년 tvN을 통해 보게 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10일 "드라마업계에서 지상파에 대한 프리미엄은 사실상 없어진 셈"이라며 "지상파는 편성까지의 과정이 케이블보다 복잡한 데다 장르나 소재 선택에서 유연하지 않아 케이블채널과 작업하는 게 더 좋은 점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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