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 "다듀에 증명해보이고 싶었다…자존감 높아진 게 소득"②

입력 2017-09-08 17:15
수정 2017-09-09 09:13
행주 "다듀에 증명해보이고 싶었다…자존감 높아진 게 소득"②

"지코-딘은 승부사…리듬파워로 버틴 7년 덕에 경연 덜 힘들었죠"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다이나믹듀오(개코, 최자) 형들에게 저를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형들도 제가 래퍼로서 멋있다고 생각해주길 바랐어요."

엠넷 '쇼미더머니 6'에서 우승한 행주(본명 윤형준·31)는 파이널 무대에서 다이나믹듀오 프로듀서팀의 래퍼 넉살과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다. 다이나믹듀오는 행주의 소속사 아메바컬쳐를 이끌고 있어 경쟁의 재미를 더했다.

행주는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한 인터뷰에서 "형들이 장난으로 긴장감은 풀어줬지만 마지막까지 '네가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끝까지 '넉살이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나도 마지막 무대까지 해내겠다는 '파이팅'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코와 딘 프로듀서팀이 승부사 기질로 자신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몰입해줬다면서 "정말 고마웠다"고 마음을 전했다.

또 우승 이후 어떤 변화가 생길 것 같으냐는 물음에는 "생각보다 인기가 많아진 것 같지 않다"고 웃으며 "그래서 오히려 '너 대박났어'란 동료들의 말이 와 닿지 않는다. 단지 스스로의 확신과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점이 소득이다. 다음 스텝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서 좋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행주와의 일문일답.





-- 지코와 딘 프로듀서팀을 선택한 이유는.

▲ 내가 싸이퍼 1등을 하면서 선택권이 생겼다. 계속 고민했는데 그날 이상하게 지코와 딘에게 시선이 갔다. 그들은 트렌디한 음악을 하는 팀이고, 사람들이 나와 그 팀이 안 어울린다고 여기는 것 같아 잘 해내면 의외로 받아들여질 것 같았다. 내가 잘하면 멋있는 조합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 지코, 딘과는 어떤 시너지가 있었나.

▲ 두 사람은 플레이어로서 즐기는 모습도 멋있지만 선의의 경쟁을 치열하게 하는 승부욕이 강했다. 그런 면이 나와도 잘 맞았다. 프로듀서인데도 참가자처럼 집중도를 보여줬다. 팀원들이 떨어지고 나만 남는 순간 그 승부사 기질을 제대로 드러냈다. 특히 세미 파이널 때의 '레드 선'(Red Sun) 때는 모든 것을 접고 나만의 곡을 위해 몰입해줬다.

-- 파이널 무대에서 '베스트드라이버즈'(bestdriverZ)에 피처링한 자이언티와 '돌리고' 때 함께 한 DJ.DOC와의 조합도 좋았는데.

▲ 나의 2015년 발표곡 중 '베스트드라이버'란 노래가 있다. 잘 안돼서 힘들던 때, 자이언티의 '양화대교'에 감동 받아 만든 곡이다. '양화대교'를 들으면서 드라이브를 하다가 행주 대교를 건넜고, 그때 1절부터 후렴구까지 한 번에 곡이 나왔다. 그때는 개코 형이 피처링을 해줬는데 이번에는 자이언티가 방송을 보고서 연락이 와 부탁했더니 흔쾌히 도와줬다. '베스트드라이버즈'가 '베스트드라이버'와 가사의 연결 고리가 있어서 처음 영감을 준 자이언티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돌리고'는 DJ.DOC 형님들의 참여로 내게 의미 있는 곡이 됐다. 사실 리듬파워 멤버들끼리 좀 더 힙합 색이 강한 '포스트 DJ.DOC'가 되자고 매일 얘기했기에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김창렬 형님이 스케줄이 있는데도 조정해서 도와줬다. 이 곡은 앞선 경연곡인 '요즘 것들'처럼 그라임(Grime·2000년대 초 영국에서 생겨난 장르로 UK 개러지, 힙합, 댄스홀 등이 결합) 장르로 지코가 '한 번 더 해보자'고 했다. 좀 더 한국적인 느낌으로 신나게 만든 것이다.



-- 2010년 리듬파워로 데뷔했지만, 팀으로 성공을 거두진 못했는데.

▲ 지금 생각하면 좋은 기억만 떠오른다. 하지만 쉽지 않았고 수월한 적이 없었다. 그래도 '쿨'한 척할 수밖에 없었다. 그 7년이 있었기에 '쇼미더머니 6'의 라운드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본선 가서는 부담이 컸지만 그 전까진 몸이 피곤해도 이 경연이 별로 안 힘들었다. 이 정도 힘든 것은 힘든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제야 진짜 '쿨'해질 수 있어서 그 시간이 더욱 값지다.

-- 리듬파워 멤버 셋 모두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력이 있는데.

▲ 지구인과 내가 시즌4에 나가서 내가 1차 탈락을 하고 지구인이 본선 무대를 앞두고 떨어졌다. 이듬해 군에서 제대한 보이비가 혼자 시즌5에 나가서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번엔 세 명 모두 나갔는데 지구인이 1차 예선에서 탈락하고, 보이비가 3차 예선인 일대일 배틀에서 블랙나인에게 져서 떨어졌다.

-- 랩을 처음 시작한 것이 언제인가.

▲ 지구인, 보이비와 인천의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들이다. 셋이 다 모인 것은 고교 2학년 때다. 랩 가사를 쓰고 녹음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이다. 나는 좀 늦게 시작했다.

-- 힙합에 빠져든 계기는.

▲ 학창 시절 때만 해도 힙합이 특별해 보였지만 재미있진 않았다. 그런데 솔직하고 재미있는 랩 가사가 마치 만화를 읽는 것처럼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래퍼는 어떤 얘기를 할까' 하면서 리듬보다 가사를 읽는 데서부터 흥미를 느꼈다. 다이나믹듀오와 팔로알토의 앨범을 들으면서 자신의 얘기를 솔직하게 풀어내는 래퍼에게 반했다. 시간이 흘러 개코 형의 '화장 지웠어'란 곡의 가사에 참여했는데 그때 내가 좀 잘 썼다는 생각을 했다. 하하.

-- '레드 선' 등의 경연곡에서 랩 가사의 반응이 좋았는데.

▲ 지구인이 내 가사를 보면 피드백을 해주는데 매번 '못 쓴다'고 했다. 열불이 났다. 하하. 그런데 어느 순간 지구인이 '가사를 잘 쓴다'고 했다.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겼다. 종이 한 장 차이인데, 멤버들의 한마디가 뭐라고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 자신에게 힙합이란.

▲ 솔직하게 말해서 잘해야 하는 것, 잘해야 먹고 살 수 있는 것, 별것 아닌 나를 멋있는 사람으로 포장해 주는 것이다.

-- 우승 상금과 함께 부상으로 차도 받는데.

▲ 내가 차 안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평소 좋아하던 스포츠카여서 열심히 타고 다닐 것 같다. 최자 형이 세금을 내준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다. 하하.

--앞으로 계획은.

▲ 거창한 것은 없다. 미리 큰 그림을 그려놓아도 돌부리에 걸릴 수도 있고 노선이 변경되는 경우도 많다. 앞에 놓인 것을 하나하나 밟고 싶다. 앨범을 준비 중인데 솔로로도 내고 싶다. 리듬파워는 세 명이 하다가도 솔로로 내면서 안 쉬는 것이 목표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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