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서 각종 오류 범해"…케냐 선관위원장 비밀메모 유출

입력 2017-09-08 14:33
"대선서 각종 오류 범해"…케냐 선관위원장 비밀메모 유출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케냐 선거관리위원회(IEBC) 위원장이 지난달 대선에서 오류를 범했다며 선관위 실무책임자를 추궁하는 내용의 비밀 메모가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와풀라 체부카티 위원장 명의로 지난 5일 작성된 비밀 메모에서 체부카티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선관위가 저지른 십여 가지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위원장은 에스라 칠로바 실무국장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선관위가 저지른 오류를 조목조목 나열하고서 각 지적사항에 대해 '대답하고 설명하기 바람'이라며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1일 케냐 대법원은 지난달 대선에서 변칙과 불법적인 오류가 발견됐다며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의 당선을 무효로 하고 재선을 치르라고 판결, 케냐는 내달 17일 대선을 다시 치를 예정이다.

데이비드 마라가 대법원장은 오는 22일까지 판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에 유출된 메모로 인해 선관위의 오류 내용이 이미 드러났으며 야권연합이 주장한 부정선거 의혹도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4명의 선관위원들은 해당 메모가 사전에 내부적으로 협의된 내용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나섰다.

체부카티는 칠로바 국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왜 "전국 4만 883개 투표소 가운데 1만 336개 이상의 투표소에서 작성된 소위 '양식 34A'로 불리는 집계표의 전자사본이 실시간으로 중앙투표관리소로 전송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위원장은 문제의 투표수는 4백 60만 표로 전체 등록 유권자의 1/4에 해당하는 숫자라고 지적하고 있다.

위원장은 그러면서 '595개의 투표소에서 실수로 또는 고의로 투표결과를 전송하지 않았다"고 밝혀 선거 과정에서 포착된 기술적 결함에 대해 심각한 물음표를 던졌다.

위원장은 또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으로 선관위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만들어 자신도 모르게 선거관리시스템에 수천번 접속한 사실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그는 '양식 34B'로 알려진 각 선거구의 집계대장 또한 보안이 뚫린 서버를 통해 전송됐다고 밝혔다.

그는 투표소마다 집계표의 디지털 전송을 위해 8백20만 달러(한화 92억 5,000만원)를 들여 구매한 위성전화기는 이동통신 네트워크 부족으로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위원장은 "이들 전화기 중 어느 것 하나 작동되는 것이 없었다"고 한숨 지으며 전화기 구매 이유를 추궁했다.

위원장은 이어 유권자 생체인식 장비의 작동 오류와 일부 집계표에 보안마크 표기가 없었던 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케냐타 대통령과 맞붙은 야권연합의 라일라 오딩가 후보 측은 집계표에 보안마크가 없는 점도 투표수 조작의 한 증거라고 주장한 바 있다.

언론에 공개된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이 비밀 메모에 적힌 질의에 칠로바 국장은 즉각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밀메모 유출로 내달 재선거를 준비하는 선관위 내부에 균열 조짐이 커지고 있다고 현지 일간 데일리 네이션은 8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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