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친구들이 쫓겨나지 않게…" 한 여고생의 온라인 청원

입력 2017-09-08 11:07
"고려인 친구들이 쫓겨나지 않게…" 한 여고생의 온라인 청원

부천 이가영 양 다음 아고라 게시글에 네티즌 서명 잇따라

고려인특별법 개정 움직임 활발…"4세도 재외동포로 인정해야"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현재 우리나라에 다시 들어온 고려인은 4만 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체류 기간은 한정돼 있고 우리말을 대부분 할 줄 몰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와 같은 중고생이 많은 고려인 4세들은 성인이 되면 비자를 받을 수 없어 한국을 떠나야 한다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한민족이라고 생각해왔고 한국을 모국이라고 믿고 살아왔는데, 동포가 아니라고 하며 나가야 한다니 그들은 이제 누구에게 의지해야 할까요?"

부천의 고교생 이가영 양이 지난 6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의 '이슈 청원' 코너에 올린 게시글 '고려인 4세 친구들이 쫓겨나지 않게 지켜주세요'(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petition/read?bbsId=P001&objCate1=1&articleId=207681&pageIndex=1)의 한 대목이다.

부천의 중고생으로 구성된 '햇살나눔 국제교류단' 4기 멤버인 이 양은 국제교류단 동료들과 함께 동북아평화연대·부천교육지원청·부천 상도중이 진행하는 '부천 청소년 평화 꿈의 학교-경계에서 꿈을 찾다' 프로그램에 참여해 고려인 역사를 공부하고 경기도 안산의 고려인마을 땟골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양은 "고려인 친구들을 만나 보니 3세까지만 재외동포로 인정하는 관련 법령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가족과 헤어져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면서 "오는 17일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개최될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 고려인대회'를 준비하다가 그날 고려인 친구들에게 뜻깊은 선물을 주고 싶어 청원 글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고려인대회 당일에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계획이라는 이 양은 "행사가 며칠 남지 않았지만 그때까지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이 재외동포법 시행령과 고려인특별법 개정을 꼭 약속해주었으면 좋겠고, 국민 여러분도 고려인의 아픈 역사와 안타까운 현실을 알아주면 고맙겠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이 양의 청원에는 8일 오전 10시 40분 현재 네티즌 89명이 서명했다. 네티즌 이나영 양은 "고려인 언니 오빠들에게 꼭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라는 응원의 댓글을 달았고, 유홍초 씨는 "제도권의 역사교육 시간에 고려인의 역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동북아평화연대와 고려인지원센터 너머는 다음 아고라에 '고려인특별법을 개정해야 합니다'란 제목으로 고려인 4세도 재외동포로 인정해야 한다는 청원을 지난 8월 15일 올려 지금까지 127명의 서명을 받았다. 한 회사원(einxote)도 지난 4월 29일 다음 아고라에 '고려인 동포 4세들이 마음껏 모국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주세요'란 제목으로 청원 글을 올렸다.

이와는 별도로 고려인 지원단체 등은 '고려인특별법_개정 국민청원에 함께해주세요'란 제목으로 지난 5월 말부터 온라인 서명(https://goo.gl/EKiQPB)을 받아 1천여 명의 서명자 명단과 함께 청원서를 6월 9일 '광화문 1번가 국민인수위원회'에서 하승창 대통령비서실 사회혁신수석에게 전달했다.

현재 국회에는 4세 이상도 재외동포로 인정하고 국내 고려인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고려인특별법 개정법률안이 여러 건 제출된 상태다.



hee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