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머니 현금으로 바꿔줄게' 16억 뜯은 사기단…2천400명 피해

입력 2017-09-08 12:00
'게임머니 현금으로 바꿔줄게' 16억 뜯은 사기단…2천400명 피해

"고수익 보장" 가짜 도박사이트 만들어 '베팅 성공' 보여주고 수수료 챙겨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도박 참가자가 돈을 딴 것처럼 꾸미고는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바꿀 때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돈을 받아 챙긴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허위 도박사이트를 개설, 베팅을 유도해 고수익이 난 것처럼 보이게 하고는 수익금을 현금화하는 데 필요하다는 수수료와 베팅 금액을 챙긴 혐의(사기)로 이모(41)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 15일까지 사이트 3개를 만들어두고 '이미 정해진 결과에 베팅하는 것이므로 10배 이상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홍보해 참가자들을 모았다.

이들은 피해자가 돈을 입금하면 사이트 화면상으로는 고수익이 난 것처럼 조작 입력한 다음 이를 현금으로 받으려면 게임머니 환전 수수료를 내라고 해 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들의 계좌에서 16억원가량을 발견했으며, 피해자는 2천4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씨 등은 인터넷 카페, 블로그, SNS 등에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알릴 홍보팀까지 모집해 일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이 이를 보고 연락해오면 홍보팀은 "도박사이트에 가입한 후 ID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우리가 대신 베팅한 후 수익금을 돌려주겠다. 이미 정해진 결과를 알고 베팅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성공한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베팅할 돈을 입금하면 이들은 일정 시간 이후 10배가량의 수익이 난 것처럼 전산에 입력했다. 이어 "환전 수수료로 수익금의 20%를 입금하라"거나 "시스템 오류로 금액을 100만원 단위로 맞춰야만 인출 가능하다"고 꼬드겼다.

경찰은 "피해자가 돈이 부족하다고 하거나 사기를 의심해 멈추기 직전까지 계속 추가 입금을 유도한 것"이라며 "실제 도박사이트가 아니라 가짜 사이트를 만든 것으로, 투자 사기와 변형된 도박 사기가 합쳐진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홍보팀과 수익을 1대1로 나눠 홍보팀의 활발한 활동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보는 전방위적으로 하되 구체적인 방법 안내는 카카오톡 등 개인적 대화를 이용해 당국의 눈길을 피했다. 돈을 받는 통장도 주기적으로 여러 대포통장을 번갈아 가며 사용했다.

경찰은 사이트를 만들어준 개발자, 홍보팀, 대포통장 모집책 등을 계속 추적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이씨 일당과 별도로 다른 일당이 만든 도박사이트의 홍보팀으로 활동한 4명을 검거해 임모(20)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백모(2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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