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사기다"…17세기를 경악시킨 비밀출판물

입력 2017-09-08 06:00
수정 2017-09-08 09:47
"종교는 사기다"…17세기를 경악시킨 비밀출판물

'세 명의 사기꾼 모세·예수·마호메트' 개정판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모든 종교는 상식에 비춰볼 때 기이하고 혐오스럽다.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가 보기엔 한낱 조롱거리에 불과하거니와, 그게 아니라면 인간이 도저히 알 수 없도록 너무 드높고 찬란하며 신비스런 경지만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기존의 종교란 상상의 질환일 뿐이며, 대중을 호도하기 위한 사기술이라는 '발칙한' 주장을 담은 책, '세 명의 사기꾼 모세·예수·마호메트'(성귀수 옮김·아르테 펴냄)가 재출간됐다.

2005년 국내에 처음 소개돼 화제를 모은 이 책은 2011년에 이어 세 번째 개정판이 나올 만큼 꾸준히 인기를 끄는 인문학 베스트셀러다.

책은 예수(기독교), 모세(유대교), 마호메트(이슬람교) 등 종교지도자를 향해 신랄한 조롱을 퍼붓는다.

무신론이 팽배한 오늘날 나온 주장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원저가 출간된 건 1712년.

1600년대 알음알음 소량의 필사본이 유통되며 입소문을 탔고, 당대의 지성이었던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1626∼1689)은 현상금까지 내걸었지만 끝내 책을 구하지 못해 안타까워했다.

정확한 지은이는 알 수 없다. 저자에 '스피노자의 정신'이라고 표기된 것은 책이 스피노자의 사유에 기반을 뒀기 때문이다.

이슬람 종교철학자 이븐 루슈드, 13세기 연금술사 아르노 드 빌뇌브, 마키아벨리, 수학자 카르다노, 프랑스의 인문학자 기욤 포스텔 등이 용의선상에 오르지만 아직도 저자는 미궁에 빠져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저자의 목적이 신을 비방하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세상에 만연한 종교적 가치를 합리적 이성으로 의심해보고, 우리가 이해하는 신에 대한 믿음이 진실인지 고증해보자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신성모독과 불경(不敬)의 선을 제멋대로 넘나드는 책은 17세기 말 자유사상과 18세기 급진적 계몽주의를 촉발하기에 이른다.

옮긴이 성귀수는 "지금도 지구촌 한구석에는 종교전쟁 아닌 종교전쟁으로 피비린내가 가실 줄 모른다"며 "기독교도와 무슬림, 거기에 유대교도가 끼어서 각축하는 그곳은 잠재적 화약고가 아닌 활화산 지대"라고 꼬집는다.

이어 "저들이 제발 상대는커녕 자신들의 종교만이라도 제대로 존중하고, 부디 그 계율에 충실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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