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언론인들, 베이징 언론인포럼서 사드 놓고 '설전'
中 "전략적 균형 파괴, 중국인 정서 손상" VS 韓 "생존·주권의 문제"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한중수교 25주년을 맞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9차 한중고위언론인포럼에서 한국과 중국 언론인들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중국 국무원신문판공실이 공동 개최하고, 21세기 한중교류협회 주관으로 열린 이 포럼에선 '언론 매체가 손잡고 한·중 양국의 협력을 추진하자'라는 주제로 심도 있는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으나 사드 문제와 관련해선 의견이 갈렸다.
한국 측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나종민 1차관, 김한규 21세기 한중교류협회장,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이영성 한국일보 부사장, 박수언 SBS 보도본부장, 황대일 연합뉴스 콘텐츠총괄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장젠궈(蔣建國)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 부부장 겸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 장젠싱(張建星) 인민일보 부사장, 정칭둥(鄭慶東) 경제일보사 부편집장 등이 나왔다.
토론에 앞선 축사와 인사말 시간에서 양측은 사드로 인해 한중관계가 위기라는 점에 동의하고 언론이 긍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그러나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자 양국 언론인들은 사드에 대한 입장차를 보였다.
장젠싱 인민일보 부사장은 "지난 25년간 중한관계는 큰 발전을 이뤘지만, 최근 어려움이 찾아왔다"면서 "사드 배치는 관련 국가의 안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지역 내 전략적 균형을 파괴한다"고 주장했다.
장 부사장은 "사드는 역내 국가의 안보 이익을 해친다"면서 "양국 언론은 사드와 관련한 모순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황호택 동아일보 고문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한국은 요격체계 개발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과 핵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드 2∼3기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는 군사 전문가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황 고문은 이어 "북핵이 없으면 중국이 싫어하는 사드배치의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가오안밍(高岸明) 중국일보사 부편집장은 "한국이 오늘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했다"며 "사드는 중국의 전략 안정을 침해하고, 한중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가오 부편집장은 "사드가 중국 국민의 정서를 손상하면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양국 이익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면서 "사드로 인한 장애가 해소돼 이른 시일 내 양국관계가 다시 발전 궤도에 오르도록 언론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하영 중앙일보 주필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드가 지역 전략적 균형을 깨고 중국인의 정서에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중국의 입장에서 사드가 정서의 문제일지 모르지만, 한국은 북한의 핵 완성 단계는 생존과 주권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 주필은 그러면서 "정서의 문제와 생존·주권의 문제가 얼마나 큰 차이인지 중국 측에서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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