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벽부수고 누수점검 해놓고 도배공사는 감감무소식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한 대형 건설사가 부산에서 시공한 한 아파트에서 누수 여부를 점검하려고 실내 벽을 부수는 공사를 해놓고 넉 달째 도배를 하지 않아 입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7일 A 건설에 따르면 올해 5월을 전후로 부산시 B 아파트 2개동의 일부인 156개 가구에서 누수 여부 확인을 위한 벽면의 배관점검이 실시됐다.
점검은 방문검사 외에 주방 옆 등의 벽면을 A4 용지 2장 정도의 크기로 부수거나 벽에 작은 구멍을 뚫은 뒤에 내시경으로 배관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이번 점검은 이 건설사가 시공한 모 아파트의 배관 연결 부위에서 누수가 발생, 다른 지역 아파트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그런데 벽을 부수는 공사가 진행된 43개 가구 중의 16개 가구에서 넉 달째 복구공사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공사 담당자는 점검 이후 벽면에 석고보드를 붙이는 등의 작업만 하고 벽지로 최종 마감하는 도배공사를 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당시 작업자가 "벽지 도배는 모든 점검이 끝난 이후에 일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런 설명과 달리 건설사는 향후 구체적인 작업 일정을 공지하지 않은 데 이어 '같은 제품의 벽지 재고가 없어 벽지를 주문해 수령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를 대며 공사를 미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건설사는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는데도 그동안 벽지 주문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일부 주민이 강하게 항의하자 '즉시 벽지를 주문하고 8월 말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가 며칠 뒤에 다시 연락해 벽지 생산업체의 내부 사정을 이유로 그 기한을 9월 말로 또 늦췄다.
주민 A씨는 "본인들이 사는 집이었다면 넉 달째 도배가 안 된 상태로 방치했겠느냐"며 "벽지 주문도 안 해놓고 공사를 해주겠다고 거짓말을 한 게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벽을 부수는 공사를 진행할 때 복구에 필요한 석고보드와 도배지 등 자재의 수량이 정해지게 마련이고 그에 따른 공사비가 책정된다"며 "도배지 재고물량도 확보하지 않은 채 공사를 벌였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건설사 측은 공사를 맡긴 업체에 대한 관리 소홀로 벌어진 일이라며 뒤늦게 사과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벽지를 주문하기 위한 최소 수량이 안돼 도배가 늦어졌다"며 "최근에 벽지 주문을 완료했고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도배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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