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독자생존이냐 보수통합이냐…차기 '선장'이 키 잡아(종합)

입력 2017-09-07 15:59
수정 2017-09-07 16:01
바른정당, 독자생존이냐 보수통합이냐…차기 '선장'이 키 잡아(종합)

새 지도부· 당 진로 맞물린 고차방정식…김무성·유승민 등판론

劉 "내가 결정할 문제 아냐"…김용태·김세연 등 제3의 인물론도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7일 전격 사퇴하면서 그동안 '독자생존' 노선을 걸어온 바른정당이 갈림길에 섰다.

특히 당내 대표적 자강론자인 이 대표의 퇴진은 현재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인 보수대통합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바른정당의 향후 진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바른정당은 정기국회 대응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 준비를 위해서라도 지도부 부재 상황을 조속히 해소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자는 주장과 대표 권한대행 체제를 거친 뒤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등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정기국회 일정을 감안할 때 비대위 체제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형국이다.

차기 지도부 구성방식이 어떻게 결론 나든 중요한 것은 누가 다음 지휘봉을 잡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곧 바른정당이 지금처럼 자강론의 길을 고수할지 아니면 보수통합의 물꼬를 트면서 정계개편 소용돌이의 중심에 설지와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더욱이 후자의 경우 당의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벌써 당내에서는 자강파와 통합파 간의 치열한 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당내에서는 창당 때부터 최대주주였던 김무성·유승민 의원이 차기 리더로 등판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의 사활이 걸린 초비상상황인 만큼 2선에서 뒷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전면에 나서 당의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논리다.

통합파로 분류되는 김무성 의원이 '구원 투수'로 나설 경우 그간 당내에서 숨죽이고 있던 한국당과의 통합론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던 만큼 '김무성 대안론'은 현실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의원은 이날 소속 의원들과 오찬 모임을 마친 후 '비대위원장을 맡을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하지 않겠다. 뒤에서 돕는 것이 더 낫다"며 전면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지금처럼 2선 지원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예 '생각'이 없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대선 당시 경쟁자였던 한국당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이미 각 당의 대표로 나섰다는 점에서 유 의원의 등판 여부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향후 당내 역할론과 관련해 "그 점은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당의 총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당의 의견이 하나로 모인다면 직접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 의원은 섣부른 보수통합에 반대하는 자강파로 알려진 만큼 그가 당의 새 리더가 된다면 바른정당은 당분간 '마이웨이' 노선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한국당과의 통합보다는 국민의당과 정책연대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들도 여럿 있는 상황이어서 차기 리더 선출을 둘러싼 당내 기류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3선의 김용태 의원과 김세연 정책위의장 등 '젊은 중진'들이 당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통합 문제를 두고 당내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는 만큼 내부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3의 인물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 초대 대표였던 정병국 의원은 전날 당사 회의에서 일부 원외위원장들이 '김무성·유승민' 대안론을 거듭 주장하자 "그들이 우리의 자산인 것은 다 안다"면서도 "사람이 사라지면 정당이 사라진 게 우리 정당사 아니냐. 그런 정당하지 말자고 나온 게 바른정당"이라며 제3 인물론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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