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살 여성 야당대표에 뉴질랜드 열광…보름 앞 총선 지각변동

입력 2017-09-07 10:55
37살 여성 야당대표에 뉴질랜드 열광…보름 앞 총선 지각변동

취임 40일 만에 대역전극…'변화 열망' vs '양호한 경제' 주목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뉴질랜드인들은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보수성향 국민당의 재집권을 의심하지 않았다.

노련한 정치인들이 이끄는 집권 국민당은 관건이랄 수 있는 경제와 관련해서도 순항 중이었다. 덩달아 당시 주요 야당 노동당의 지지율은 24%로 최근 9년 사이 최저치였지만, 국민당은 배 가까운 45%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추락하는 지지율을 돌릴 길 없던 노동당 대표가 지난 8월 1일 전격 사임하고 부대표인 재신더 아던(37) 의원이 후임으로 선출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노동당 사상 최연소 대표가 된 아던의 취임 약 40일이 지나고 투표일이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총선 지형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이 국민당을 근소하게 앞서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고, 언론들은 '재신더매니아'(Jacindamania)가 뉴질랜드 전역을 휩쓸고 있다며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아던 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선거까지 남은 일자 수를 매일 수첩에 쓰고 있다"며 "아마겟돈(지구 종말)까지 끔찍한 카운트다운을 하는 것 같다"라고 중압감을 토로했다.

이런 지각변동에는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민당이 9년간 집권하면서 경제는 좋아졌다지만 개개인의 생활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아던 대표는 뉴질랜드 의원으로는 가장 많은 8만 명의 팔로워를 바탕으로 젊은층과 여성 유권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특히 집값 폭등에 따른 젊은층의 고통을 고려해 향후 10년간 주택 10만 채를 건설하고 부동산 과열을 냉각시키기 위해 양도세 도입을 약속하는 등 주택문제 해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많은 이민자 유입에 따른 교통과 질서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한 아던 대표는 아마추어 DJ로 음악축제를 이끌기도 했다. 2008년 처음 의회에 진출한 3선 의원으로 아동복지와 경제적 평등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일에 관한 한 모든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곤경에서도 흔들림이 없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그렇다고 특별한 지위에 큰 뜻을 두고 있다기보다는 단지 앞에 놓인 일을 열심히 할 뿐이라는 것이다.

대표 취임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고용주는 여직원의 출산 계획을 알 권리가 있다'는 식으로 질문하자 "2017년에는 수용할 수 없는 일로 임신 시기는 전적으로 여성이 결정할 일"이라고 반박해 국제적으로 화제가 됐다. 아던은 한 방송인과 사실혼 관계에 있다.

또 전문가 도움 없이 자신의 욕실을 보수, 전국배관공협회가 반발하는 해프닝을 통해 '재신더매니아'를 실감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집권 국민당으로서는 양호한 취업률과 흑자 예산 등 우수한 경제적 토대에도 느닷없이 세차게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을 헤쳐나가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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