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살률 1위' 오명 벗을까…예방 사업에 올해 99억 투입

입력 2017-09-07 12:00
수정 2017-09-07 15:18
한국 '자살률 1위' 오명 벗을까…예방 사업에 올해 99억 투입

매년 1만3천명 스스로 목숨끊어…10년간 고통 유가족 70만명

복지부, 자살예방과 신설…"2020년까지 자살률 10만명당 20명 목표"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6.5명(2015년 기준)이다. 한국은 2003년 이후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지고 있다.

이에 새 정부는 정신 건강과 자살예방을 '100대 국정과제'의 실천과제로 포함시켰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자살예방과를 신설하는 한편, 자살 유가족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나선다.





◇ 부끄러운 자살 공화국…매년 1만3천명 스스로 목숨끊어

2015년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6.5명, 전체 자살자는 1만3천513명이었다. 하루 평균 37명이 자살한 셈이다.

전년에 비하면 자살률은 2.7%, 자살자는 2.3% 줄었지만, 2005년에 비하면 7.5%, 12.5% 증가한 수치다.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 이후 자살률이 감소 국면으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OECD 국가 평균(인구 10만명당 12명)은 물론, 2위인 일본(18.7명)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높은 자살률 문제는 최근 자살자로 인해 고통받는 자살 유가족의 문제로도 관심이 넓어지고 있다.

1명이 자살하면 주변의 5∼10명이 영향을 받는다고 할 때, 매년 8만명 이상, 지난 10년 동안 최소 70만명 이상의 자살 유가족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이런 자살 유가족에 대한 실태조사도 처음 이뤄졌다. 조사에 응한 72명의 자살 유가족들은 우울·의욕저하(75%), 불면(69%), 불안(65%), 분노(64%), 집중력·기억력 저하(60%) 등 정신적 고통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았고, 이들 중 11%는 정신 건강 문제로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또 조사 대상 72명 중 중 31명(43%)은 진지하게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고, 이 중 9명은 자살 위험이 큰 것으로 분류됐다. 자살을 생각했던 사람 중 21명은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16명은 자살을 계획한 적이 각각 있었다.



◇ 복지부, 자살예방과 신설…2020년까지 자살률 20명으로

정부는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을 2020년까지 20명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종합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자살예방 정책에 투입된 예산은 99억3천만원으로, 응급실을 찾은 자살 시도자 관리, 지역사회 노인자살예방 사업, 24시간 유선상담체계 구축 등에 쓰이고 있다.

또 전국 241곳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한 자살 유가족 상담과 자조 모임, 자살 원인 분석과 자살 유가족을 위한 심리 부검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자살 유가족 지원체계 확립을 위한 기초연구도 진행했다.

정부의 자살예방 사업은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에서 맡고 있지만, 담당 인력은 2명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자살예방 업무만을 전담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복지부는 우선 내년 직제에 자살예방과를 신설하고 추후 정신건강국 신설도 추진할 예정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새 정부 출범 100일을 기념해 지난 8월 20일 열린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자살예방 전담 부서 설치와 함께 "자살 유가족의 어려움을 국가가 도와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홍창형 센터장은 "자살이 개인적인 문제라거나 자살하려는 사람은 막을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자살예방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생각을 확산시키는 것이 자살예방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mih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