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중 암세포 잡아내는 '캔서 펜' 개발

입력 2017-09-07 10:03
수술 중 암세포 잡아내는 '캔서 펜' 개발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암 수술 중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은 종양 조직과 정상 조직 사이의 경계선을 정확히 파악해 정상 조직은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완전히 도려내는 것이다.

육안으로는 구분이 어렵다. 그때는 의심되는 조직 샘플을 떼어 병리실험실로 보내 분석을 의뢰한다. 이를 동결절편 조직검사(frozen section analysis)라고 한다.

이 검사에는 최소한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10~20%는 분석결과 해석이 쉽지 않아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때 환자는 수술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분석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만큼 감염과 마취 부작용 위험은 커진다.

이를 단 10초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캔서 펜'(cancer pen)이 개발됐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와 헬스데이 뉴스가 6일 보도했다.

'매스스펙 펜'(MasSpec Pen)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펜은 집도의가 의심스러운 조직에 갖다 대면 약 10초 만에 '암'(cancer) 세포인지 '정상'(normal) 세포인지를 판정해 컴퓨터 스크린에 표시한다.

인간의 유방, 폐, 갑상선, 난소의 정상 조직과 암 조직 253개 샘플에 이 캔서 펜을 시험한 결과 정확도가 96%로 나타났다고 개발연구에 참여한 텍사스대학의 리비아 에벌린 화학 교수는 밝혔다.

이 펜은 특히 암 조직과 정상 조직의 경계선에 뒤섞여 있는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구분해 내는 능력이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앞으로 이 기술을 좀 더 개선하면 위암, 담도암, 췌장암, 대장암 등 암 조직과 정상 조직의 구분이 어렵기로 이름난 다른 암세포도 정확히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노스웰 암연구소 종양외과 전문의 개리 도이치 박사는 밝혔다.

이 캔서 펜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집도의가 이 펜을 의심되는 조직에 갖다대면 아주 작은 물방울을 방출한다. 이 물방울은 세포에 약 3초 동안 머무르면서 세포로부터 대사산물인 소분자들을 흡수한다. 세포의 대사산물은 대부분 물에 잘 녹는 수용성이기 때문에 물에 쉽게 흡수된다.

펜은 세포의 대사산물을 빨아들인 물방울을 다시 잡아들여 가느다란 튜브를 통해 이를 질량분석기(mass spectrometer)로 보낸다.

질량분석기는 이를 분석해 암 세포인지 아닌지를 판단, 컴퓨터 스크린에 결과를 표시한다.

살아있는 세포는 암 세포든 정상 세포든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사의 부산물인 소분자를 만든다. 그러나 암 세포는 무한증식하기 때문에 대사도 비정상이며 따라서 대사산물이 정상 세포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에벌린 교수는 설명했다.

베일러 의과대학의 제임스 술리버크 내분비외과 과장은 이 캔서 펜의 개발로 암 수술이 보다 정확하고 안전하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캔서 펜은 내년부터 임상시험이 시작될 예정이다.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9월 6일 자)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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