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철 금통위원 "한국, 일본만큼 부동산거품 크지 않아"(종합)

입력 2017-09-07 16:41
수정 2017-09-07 16:47
조동철 금통위원 "한국, 일본만큼 부동산거품 크지 않아"(종합)

'아시아 지속성장' 국제콘퍼런스…"韓 연구개발 재벌에 집중"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노재현 기자 =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7일 한국 경제가 20년 시차를 두고 일본과 흡사한 모습을 보이지만 부동산 가격 거품은 일본만큼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조동철 위원은 8일까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는 '아시아의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 국제콘퍼런스에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 하락' 주제 발표에서 이와같이 말했다.

조 위원은 "인구와 산업구조,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 측면에서 우리 경제는 여건은 20년 시차를 두고 일본을 따라가는 모습이지만 부동산 가격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거품 붕괴 전에 부동산 가격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크게 치솟았지만 우리나라는 비슷한 수준으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인구구조 등을 고려하면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과 자연이자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은 일반적으로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 투입해 추가적인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가리킨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11∼2015년 연평균 3.0∼3.4%에서 2016∼2020년 2.8∼2.9%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조 위원은 자연이자율은 1990∼2015년 4.3% 포인트, 2015∼2040년 1.6%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자연이자율은 잠재성장률을 유지하기에 적정한 금리 수준을 가리킨다.

그는 "일본이 겪은 디플레를 피하려면 기대인플레이션이 현재 수준(2%)을 하회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노동과 금융, 상품시장에서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자원배분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을 위협하는 과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애덤 포젠 피터슨연구소 소장은 "아시아에서 인구 고령화가 성장을 크게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사회 시스템을 개선할 여지가 있고 고용안정도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면 아시아 역내뿐 아니라 선진 경제와 협력이 필요하다며 "보호무역주의와 환율 문제의 원만한 해결, 금융안정을 위한 장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라닐 살가도 IMF 부국장은 고령화로 인해 아시아 경제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대외수지는 소폭 흑자를 나타내고 실질이자율과 자산수익률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취약노인계층을 보호하는 한편 강한 경제성장세를 연장시킬 정책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고령화 단계에 본격 진입하기 전에 국가채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통화정책 파급경로 변화를 모니터링하며 노동시장과 연금제도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과 교육을 통한 생산성 향상 노력이 병행될 때 효과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인구감소와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경기 장기침체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노령인구 소비수요가 늘고 의료 등 노령층 서비스 산업 투자 증가, 노령인구 노동참여 증가 등으로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가 간 경쟁으로 제도 개혁과 지배구조 개선이 일어나는 점도 긍정 평가했다. 지식과 기술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장기침체가 도래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리 브렌스테터 미국 카네기멜런대 교수와 권남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사는 "한국은 역사적으로 일본과 유사한 교육, 대학, 특허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가 연구개발 시스템이 기존 업체를 옹호하는 것도 동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은 연구개발 지출과 이에 따른 성과가 재벌집단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후카오 교지 일본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일본 노동시장에 관해 "경제성장 둔화와 국가 간 경쟁 심화로 기업들이 정규직 근로자 채용을 축소했고, 그 결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인적자본을 축적할 기회가 줄어 노동 질이 저하됐다"고 진단했다.

후카오 교수는 "일본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화하는 한편 비정규직에서 인적자본 축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콘퍼런스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피터슨연구소(PIIE)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이주열 한은 총재,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환영사를 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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