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총장 "한국 4대협약 비준해야…노총, 노동자에 다가서야"

입력 2017-09-06 20:00
ILO총장 "한국 4대협약 비준해야…노총, 노동자에 다가서야"

"文 대통령의 비준 의지 성과…이주노동자 차별 금지해야"

양대노총 '책임론'도 강조…"노조가입률 10%, 책임 느껴야"

"한국의 소득주의 성장론·최저임금제 개선 매우 고무적"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 가이 라이더(Guy Ryder)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은 6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은 전체 근로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고 밝혔다.

라이더 총장은 이날 연합뉴스를 비롯해 7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양대노총이 한국 노동시장 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했지만, 노조 가입률은 10%에 불과하다"면서 "전체 노동력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10%에 불과한 노조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방책으로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노동조합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라이더 총장은 "한국이 ILO 4대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하는 이유는 인권에 관한 협약으로, 법을 개정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협약 비준 의지를 본 게 이번 방한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 등 4개 ILO 핵심협약을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다

다음은 라이더 총장과의 일문 일답.

-- 양대노총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 양대노총과 20년간 협력을 해왔는데 노동시장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노조가입률은 10%에 불과하다. 전체 노동자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물론 조합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게 우선이기는 하지만 보다 광범위한 인력에 대한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한국에서 노조는 일부 업종에 집중돼있다. 비정규직과 청년 등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손을 뻗쳐야 한다.

-- 노조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방책은

▲ 전 세계적으로 노조 가입자 수가 줄고 있다. 영국도 1천200만 명에서 600만 명으로 줄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정부 정책도 있겠지만 노동조합의 책임이 가장 중요하다.

-- 한국 정부는 현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한 견해는

▲ 전 세계적으로 비정규직 고용이 확산되는 추세다. 임시직·파트타임·하도급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고용형태의 다양화가 현대화와 기술혁신의 부산물이라며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기업들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비전형(Non-Standard)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규직의 50%에 해당하는 일을 했어도 이에 비례한 임금을 받지 못한다. 사회적 보호, 직업훈련, 휴일보장 등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근로자들이 혜택을 받도록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 앞으로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버 등 공유경제 등장으로 인한 고용형태의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계약서를 체결하고 노동하는 사람들이 전체 근로자의 25% 밖에 안되는 것도 문제다. ILO는 이 모든 문제를 100주년 이니셔티브에서 논의하고 있다.

-- 한국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평가한다면.

▲ ILO는 소득을 기반으로 하는 성장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임금 인상률이 저조하고, 노동소득 분배율도 지난 30년간 줄곧 감소했다. 이것은 근로자들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다. 심각해지는 불평등은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득 주도 성장은 올바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라는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 기술 발전과 일자리와 관련해 어떤 정책을 채택할지, 기술을 어떤 방향으로 활용할지에 달려있다.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

-- 최저임금 정책에 관한 의견은.

▲ 독일도 최근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취약계층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한국이 최저임금을 개선하려고 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를 어떻게 보는가.

▲ 이주노동자들은 대개 열악한 처우를 받는다. 매우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주노동자 문제는 ILO가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임금 등에서 균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차별로부터 보호를 받을 권리도 있다. 정부나 노조는 (내국인 노동자와 비교해)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이번 방문의 성과는 .

▲ 취임 이후 한국에 올 기회를 보고 있었다. 한국은 ILO가 관심을 지니고 있는 이슈들이 많은 곳이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대통령이 ILO의 4대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게 성과다. 한국이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하는 이유는 인권에 관한 협약이기 때문이다. 협약을 비준하는 게 옳은 일이다. 국내적으로 법을 개정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 한국은 현재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이번 방문을 계기로 기회를 봤다고 생각한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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