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속적 평화를"…교황, '반세기 내전' 상처 달래러 콜롬비아로(종합)
6일부터 닷새 일정…산토스 대통령·협정 중재 가톨릭 지도부 면담
사제 시복·화해 미사 주재…방탄장치 없는 차로 이동하며 군중 만날 듯
(로마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김수진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반세기 동안 지속된 내전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콜롬비아 방문 길에 올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6일 오전(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콜롬비아행 알리탈리아 특별 전세기에 탑승하는 것으로 닷새 간의 콜롬비아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2013년 즉위 이래 20번째 해외 순방에 나선 교황은 비행기 안에서 동행하는 기자들에게 "이번 여정은 조금 특별하다"며 "콜롬비아가 평화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계획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콜롬비아 방문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사상 첫 중남미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년 초 콜롬비아 정부와 최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내전을 끝내기 위한 평화협정에 합의하면 콜롬비아를 방문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작년 말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한 FARC는 지난 6월 26일 보유한 무기 중 방범용 일부 무기를 제외한 7천여 점을 유엔에 반납해 사실상 무장해제 절차를 마쳤다.
제2 반군인 민족해방군(ELN)도 정부와 3년간 협상 의제 설정 등에 관한 물밑 협상을 끝내고 지난 2월부터 공식 평화협상에 돌입했고, 교황 방문을 이틀 앞둔 지난 4일 오는 10월 1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102일 동안 한시적인 정전에 들어가기로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평화협정 도출 이후에도 일각에서는 폭력과 살인을 일삼은 반군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것에 대한 반발이 가라앉지 않는 등 콜롬비아에서는 평화협정의 조건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과 분열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콜롬비아에서는 53년간의 내전으로 약 26만명이 사망했고, 6만명이 실종됐으며 70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하는 등 내전이 할퀸 상흔이 막대하다.
이런 가운데, 교황은 이번 콜롬비아 방문에서 용서와 화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영속적인 평화를 당부할 것으로 관측된다.
교황은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후 늦게 수도 보고타에 도착해 일정을 시작한다.
우선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콜롬비아 평화협정 중재에 힘을 보태 온 콜롬비아 및 베네수엘라 가톨릭 교회 지도부를 만난다.
또한 중부 도시 비야비센시오에서 내전 기간 살해된 두 가톨릭 사제를 시복하고, 게릴라 반군과 전직 군인, 폭력사태 피해자 등의 국가적 화해를 위한 미사를 주재한다.
마약의 근거지로 악명높은 콜롬비아 제2 도시인 메데인에서는 고아들을 만날 예정이다.
교황은 보안이 우려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방탄장치가 없이 현지에서 제작된 전용 차량을 타고 이동할 계획이다.
또한 볼리비아, 브라질, 쿠바, 에콰도르, 멕시코 등 이전 중남미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군중과 직접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교황은 이날 기내 기자회견에서 비행기가 베네수엘라 상공도 지날 것이라고 언급하며 기자들에게 "베네수엘라가 대화로 나아가고, 모든 당사자 간의 대화를 통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달라"고 요청, 수 개월째 정정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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