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세요] 엎드리면 스켈레톤, 누우면 루지
비슷비슷해 보이는 썰매, 타는 방법으로 구별하면 간단
스켈레톤 윤성빈, 세계 최강 두쿠르스 꺾을지 주목
독일 출신 '귀화' 프리슈, 한국 루지 희망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겨울에 얼음이 얼고 눈이 오는 곳이라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썰매가 있었다.
조선 시대에는 건축 공사에 썰매가 널리 이용됐다. 17세기 창경궁 재건 공사와 18세기 수원 성곽 공사에 썰매를 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유럽에서는 알프스 산맥에서 썰매놀이가 유행했고, 북아메리카에서는 원주민들이 짐을 운반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썰매를 사용했다.
썰매가 스포츠로 발전한 것은 19세기 후반 스위스에서다.
1882년 스위스 다보스에 썰매 코스가 설치됐고, 1884년 역시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처음으로 경기가 열렸다.
이어 1906년에는 이웃국 오스트리아에서 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이후 교통수단과 놀이 문화 발달로 스포츠로서 성격이 짙어지면서 썰매는 크게 스켈레톤과 루지, 봅슬레이로 세분화했다.
세 종목은 동계올림픽 등의 대회에서 같은 트랙을 이용한다. 트랙마다 코스가 다른데, 길이는 보통 1,000∼1,500m다.
최고 시속은 150㎞ 안팎에 달한다.
봅슬레이는 언뜻 보기에 자동차 비슷한 모양이다. 이 썰매에 사람이 들어가서 타는 방식이다.
스켈레톤과 루지는 일반인의 눈에는 헷갈릴 수 있다.
◇ 생김새 비슷한 스켈레톤·루지, 타는 방법 생각하면 간단해요 = 스켈레톤과 루지는 흔히 생각하는 썰매와 모양이 비슷하다.
하지만 타는 방법만 생각하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스켈레톤은 썰매에 엎드려서 머리부터 내려온다. 타는 사람 입장에서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하기도 해서 헬멧과 팔꿈치 보호대가 필수다.
스켈레톤은 1인승으로만 경기를 치른다.
루지는 누운 채로 발부터 내려온다.
썰매를 잡은 채 힘껏 달려나가다가 올라타는 스켈레톤과 달리 루지는 썰매에 앉은 채로 출발 손잡이를 이용해 추진 동력을 얻고, 스파이크가 부착된 장갑을 낀 손으로 가속력을 낸 뒤 완전히 눕는다.
루지는 1인승 또는 2인승으로 치러진다.
조금만 자세히 보면 스켈레톤과 루지의 생김새가 다르다는 점도 알아차릴 수 있다.
스켈레톤이라는 영어 단어는 '뼈대'를 뜻한다. 사람의 갈비뼈를 연상시키는 핸들의 모양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몸체 아래에는 강철 재질의 날(러너)이 달려 있다.
썰매 종목은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가속력을 많이 받아 기록을 단축할 수 있어서 무게 규정이 엄격한 편이다.
스켈레톤의 경우 썰매의 무게와 선수의 체중을 합한 최대 중량은 남자 115㎏, 여자 92㎏을 넘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를 초과할 경우 썰매의 무게를 남자 33㎏, 여자 29㎏ 이내로 조정하면 된다.
최대 중량이 남자 115㎏, 여자 92㎏ 미만인 경우 썰매의 무게는 남자 43㎏, 여자 35㎏을 초과할 수 없으며, 부족분은 모래주머니 등으로 메울 수 있다.
프랑스어로 '썰매'를 뜻하는 루지는 옆에서 보면 언뜻 유명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로고를 연상시킨다.
안장 비슷하게 생긴 곳에 엉덩이를 대고 누운 채 활주날(러너)과 연결된 쿠펜에 다리를 껴 방향을 조정한다.
썰매 무게는 1인승 23㎏, 2인승 27㎏이다. 선수의 체중에 따라 남자 1인승 13㎏, 여자 1인승 10㎏, 남자 2인승 10㎏ 범위에서 보충 체중(납 조끼)을 착용할 수 있다.
◇ 스켈레톤 윤성빈·루지 프리슈, 평창 동계올림픽 빛낼까 = 썰매는 오랜 세월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전유물이었다. 한국은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정부와 기업의 대대적인 지원이 잇따르면서 스켈레톤에 윤성빈(23)이라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나왔다.
윤싱빈은 2016∼2017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을 세계랭킹 2위로 마쳤다.
1위는 스켈레톤의 '우사인 볼트'로 부리는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다.
두쿠르스는 지난 10년 동안 1인자로 군림했지만, 올림픽 금메달과는 연이 닿지 않았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개최국 선수한테 밀려 각각 은메달에 그쳤다.
두쿠르스는 윤성빈의 우상인 동시에 경쟁자이고, 넘어서야 할 산이다.
윤성빈이 개최국 이점을 살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켈레톤과 달리 루지에서는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인 선수가 아직 없다.
다급해진 대한루지경기연맹이 급히 수혈한 선수가 독일 출신의 아일렌 프리슈(25)다.
루지연맹은 2015년부터 프리슈의 귀화를 추진했고, 그는 1년여 만인 지난해 연말 법무부 최종 면접을 통과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프리슈는 루지 세계 최강국인 독일에서 전문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는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2012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2관왕에 오르고 2013년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독일 내 경쟁에서 밀렸다. 독일 루지계에서는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보다 대표팀에 발탁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결국, 프리슈는 2015년 루지계를 떠났다.
한국 루지 대표팀의 사령탑 역시 독일 출신의 사터 스테펜 감독이다.
독일 루지계의 사정을 잘 아는 스테펜 감독이 루지연맹과 공감 하에 '한국 대표로 평창올림픽에 도전해보자'고 프리슈를 직접 설득해 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1년 정도 운동을 쉬었던 탓인지, 프리슈는 2016∼2017시즌에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수확하는 게 1차 목표다. 이후에는 장기적으로 한국 루지 발전을 위해 기여할 계획이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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