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주인' 류현진, 오늘의 메뉴는 슬라이더

입력 2017-09-06 13:49
'맛집 주인' 류현진, 오늘의 메뉴는 슬라이더

시즌 슬라이더 구사율 3.7%…6일 애리조나전은 15%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을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다재다능함이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구사하는 공은 포심 패스트볼(직구)과 체인지업, 커터, 슬라이더, 커브 등이 있다.

류현진은 어떤 공이든 일정 수준 이상 던질 수 있어 그날 컨디션에 따라 자유자재로 볼 배합을 바꾸는 게 가능하다.

그래서 류현진과 배터리로 호흡을 맞춰 본 포수는 입을 모아 "같이 경기하는 게 재미있는 선수"라고 말한다.

6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류현진의 경기 초반 주력 메뉴는 슬라이더였다.

류현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2017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5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시즌 6승은 놓쳤지만, 치열한 선발 경쟁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올해 류현진은 전체 투구 중 3.7%만 슬라이더로 던졌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날 애리조나 타선을 맞아 투구 수 100개 중 15개를 슬라이더로 채웠다. 비율로만 따지면 평소보다 4배가량 더 많이 슬라이더를 던진 셈이다.

원래 시속 130㎞ 초·중반대 슬라이더를 던졌던 류현진은 올해부터 커터를 장착하면서 슬라이더 비율을 줄였다.



오른쪽 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커터를 앞세운 류현진은 타이밍을 흔들어 놓을 때만 시속 120㎞ 중·후반대 슬라이더를 던졌다.

지난달 31일 애리조나 원정경기에서 커터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다 4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던 류현진은 이날 재대결에서 투구 패턴을 바꿨다.

류현진의 커터를 머리에 입력하고 경기에 나선 애리조나 타자들은 승부처에서 거듭 들어오는 슬라이더에 당황했다.

류현진은 1회 2사 1루에서 전날 4연타석 홈런을 친 J.D. 마르티네스에게 슬라이더를 던져 외야 뜬공을 유도했다.

백미는 3회였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잭 그레인키를 커터로 루킹 삼진 처리한 뒤 크리스토퍼 네그론과 크리스 아이어네타를 연거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때 던진 결정구가 슬라이더였다.

류현진은 커터보다 느리지만, 훨씬 각도 큰 움직임을 보여주는 슬라이더로 허를 찔렀다.

그러나 타순이 한 바퀴 돌자 애리조나 타자도 류현진의 슬라이더에 적응했다.

4회 초 1사 1, 2루에서 대니얼 데스칼소에게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2루타를 맞고 이날 경기 유일한 1실점을 한 류현진은 5회부터 또 투구 패턴을 바꿨다.

5회와 6회 류현진은 슬라이더를 딱 1개만 던졌다. 대신 올해 그의 재기를 도운 커터를 앞세워 애리조나 타선을 무실점으로 잠재웠다.

마치 유능한 주방장이 손님의 반응에 따라 요리 종류를 바꾸는 것처럼, 던질 줄 아는 게 많은 류현진도 재빠르게 볼 배합을 바꿔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에 성공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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