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요구라도 안 돼" 호주업체, 석탄발전소 가동 연장 거부
최대업체 AGL "석탄 탈피·고객 우선"…총리, 차라리 매각 요구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최대 전력회사가 수년 후 폐쇄 예정인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연장해달라는 연방 총리의 제안을 일축했다.
호주 연방정부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을 앞두고 일부 지역에서 정전 사태마저 우려되는 등 전력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대책 마련에 골몰하는 처지다.
민간 최대 전력업체인 AGL의 앤디 베시 최고경영자(CEO)는 5일 맬컴 턴불 총리의 뜻과 달리 석탄 의존 탈피 방침과 함께 기존 노후 석탄발전소의 폐쇄 예정시기 고수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호주 언론이 6일 보도했다.
베시 CEO는 트윗을 통해 "낡은 석탄발전소를 계속 운영해서는 우리 고객이 필요로 하는 믿을 만하고 적절한 가격의 에너지를 계속 공급할 수는 없다"라고 못 박았다.
AGL는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 46년째 운영 중인 리델(Liddell) 화력발전소를 2022년 폐쇄할 예정이며, 이런 계획을 지난달에도 분명히 한 바 있다.
수 시간 전 연방 의회에서 리델 발전소의 최소 5년 연장 가동을 공개적으로 희망한 턴불 총리로서는 체면이 구겨진 셈이다.
턴불 총리는 정부 에너지 감독기관이 최신 보고서에서 전력 위기 사태에 대응해 기존 화력발전소를 더 길게 운영하도록 권고하자 이런 희망을 피력했었다.
턴불 총리는 이후 베시 CEO와 통화를 했으나 상대의 뜻을 꺾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턴불 총리는 AGL 측이 예정대로 폐쇄하겠다면 다른 발전업체에 매각해 운영하게 하는 쪽도 생각해보도록 제안했다. 또 정부가 매입해 운영하는 것보다는 민간 발전업체 측이 인수해 가동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AGL 측 입장에 대해 매슈 카나반 상원의원은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수익 만을 바라본다며 "이 순간 호주 최대의 위선자"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카나반 상원의원은 이중국적자 문제로 현재 자원장관직을 잠시 내려놓은 채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호주 에너지 감독기관인 AEMO(Australian Energy Market Operator)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여름 폭염이 올 때 가정과 사업체에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긴급 대응책을 촉구했다.
AEMO는 또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발전소의 가동을 연장하는 쪽으로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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