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손실도 보전"…재건축 수주 '출혈경쟁'(종합)

입력 2017-09-06 15:24
수정 2017-09-06 15:25
"분양가상한제 손실도 보전"…재건축 수주 '출혈경쟁'(종합)

현대건설, 반포 주공1단지 수주 위해 파격 조건 제시

GS건설 "국공유지 무상 매입해 사업비 절감"…전문가 "과도한 경쟁, 건설사 부담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연정 기자 = 강남권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출혈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미분양 발생 시 건설사가 대물로 인수하는 것은 물론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사비 지원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 일반분양 손실분을 보전하겠다는 공약까지 등장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은 조합에 가구당 7천만원의 이사비를 지원하겠다는 파격 조건을 제시했다.

조합원들에게 이사 비용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게 아니라 공짜로 주겠다는 것이다.

상가 조합원을 포함해 현재 반포 주공1단지 조합원은 2천292명으로, 현대건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1천600억여원에 달한다.

7천만원 가운데 기타소득세 22%와 주민세 2.2% 등을 제외하고 가구당 실제 지급되는 돈은 5천400만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시공사가 1천600억원이나 공짜로 주고 뭐가 남을지 모르겠다"며 "7천만원을 그냥 주겠다고 하니 조합원들이 상당히 놀라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또 이 단지가 연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를 피할 수 있도록, 교육영향평가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인근 학교들과의 비용 문제로 협의가 지연될 것에 대비해 현대건설이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합의비용 등을 모두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그 금액이 수십억원에서 최대 수백억원이 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조합원 일반분양 금액 손실분도 현대건설이 떠안겠다는 파격 조건을 제시했다.

반포 주공1단지 조합이 책정한 분담금 상의 추정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5천100만원 안팎이다.

만약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이 금액보다 일반분양가가 낮게 책정된다면 줄어드는 분양 수입을 현대건설이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14일 청약에 들어가는 서초구 신반포 센트럴 자이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대상은 아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요구에 따라 분양가가 3.3㎡당 4천250만원으로 낮아졌다.

반포 주공 1단지의 일반분양 시기는 2019년 5월(조합 예상)로 아직 2년 가까이 남았다. 시장 상황에 따라 집값과 땅값이 오를 수도 있지만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반포 주공1단지 설계안을 보면 상당히 고급스러운 마감재가 많이 사용됐는데 이걸 가산비로 다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만약 상한제가 적용돼 가산비를 모두 인정받지 못하면 현대건설에 상당히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합 사업비 무이자 대여금도 조합의 요구를 뛰어넘는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무이자 대여금은 1조9천783억원으로, 경쟁사인 GS건설의 1조740억원에 비해 9천억원 이상 높은 것은 물론 조합이 당초 입찰 조건에서 제시한 1조7천억원보다도 많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대건설이 강남권의 재건축 수주를 많이 해왔지만 한강변에 랜드마크 단지가 없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며 "반포 주공1단지 시공권을 꼭 수주해 한강변에 명품 '디 에이치'를 만들기 위한 간절함 때문에 전략적으로 파격 조건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반포 주공1단지의 수주 경쟁사인 GS건설은 초과이익환수를 피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LH 소유 등 국공유지 매입 비용을 무상으로 돌리겠다고 공약했다.

이 경우 조합 사업비에서 7천300억원이 줄어들어 세대당 3억2천만원의 사업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국공유지 매입비와 법인세 절감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구역내 LH 토지를 무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법률·행정업무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은 "국공유지는 조합에서 이미 법률 검토를 거쳐 무상 매입을 추진하고 있던 것"이라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현대건설은 국공유지 매입비를 무이자 대여비에 포함시켰다"고 주장했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은 또 미분양이 발생하면 분양가격 그대로 대물로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재건축 사업의 미분양 리스크는 조합이 책임지는 게 보통이지만 건설사가 대신 떠안겠다는 것이다.

양사 모두 시장 상황이 나쁘거나 분양가 문제 등으로 선분양을 못하게 되면 후분양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 회수가 빠른 선분양이 유리하지만 후분양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과거 재건축 단지에서 실제 후분양 경험이 있던 회사는 GS건설과 삼성물산 두 곳 뿐"이라며 "조합원들이 후분양을 원하면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양 사가 이렇게 과도한 경쟁을 펼치는 것은 반포 주공1단지가 한강변에 있는 2천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로 지역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이 크면서 공사비만 2조6천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이는 역대 재건축 단지의 공사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역 랜드마크 재건축 단지 수주를 둘러싼 건설사들의 출혈경쟁은 앞서 과천 주공1단지에서도 있었다.

이 아파트 시공권을 따낸 대우건설은 수주전이 벌어진 올해 3월 일반분양가로 주변 시세보다 20% 이상 높은 3.3㎡당 3천313만원을 제시했다.

또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해당 주택을 3.3㎡당 3천147만원에 매입해주겠다는 '미분양 인수' 조건도 제시했다.

과천 주공1단지는 내년 초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는데 현재 이 일대 아파트값은 3.3㎡당 2천611만원에 머물고 있다. 내년 초 3.3㎡당 3천300만원의 일반분양가를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건설업계는 8·2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경기가 위축돼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제시했던 과도한 보장 조건이 추후 시공사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부동산 전문가는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과잉 경쟁을 함으로써 '조합원 퍼주기' 논란은 차치하고 건설사의 재정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전문가는 "공공택지는 줄어들고, 해외·SOC 등 다른 사업이 줄어들다 보니 대형 건설사들조차 먹거리를 찾기 위해 주택사업에 올인하는 분위기"라며 "재건축 수주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서로 출혈경쟁을 하다 보니 조합원들의 콧대만 높여주는 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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