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빌라' 배당 소송전…전세금 늦게 낸 세입자가 이긴 까닭

입력 2017-09-06 12:00
'깡통빌라' 배당 소송전…전세금 늦게 낸 세입자가 이긴 까닭

대법 "먼저 변제받을 권리 발생 시점은 '주택인도·전입신고' 기준"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2012년 7월 중순, 전셋집을 찾던 김씨 부부는 광주 시내 한 신축빌라 101호에 보증금 6천500만원으로 2년 계약을 맺었다.

계약 당일 500만원을 내고, 나머지 6천만원은 실제 입주하는 8월 중순에 완납하는 조건이었다.

집주인은 "집이 비어 있으니 먼저 들어와도 된다"며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줬고, 부부는 그날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받은 뒤 이튿날 짐을 일부 옮기고 한 달간 새집과 원래 집을 오가며 생활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2014년 5월, 전세계약 만료 석 달을 앞두고 빌라는 경매에 넘어갔다. 알고 보니 집을 담보로 한 은행 대출이 상당액에 이르는 이른바 '깡통 빌라'였다.

법원은 이듬해 낙찰 금액을 채권자들에게 나눠줬지만, 배당은 6순위였던 부부 바로 앞인 5순위 303호 세입자에게서 끊겼다.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보증금을 모두 날린 것이다.

그런데 부부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303호의 계약 일자가 자신들보다 열흘가량 늦었다. 303호는 부부가 새집과 원래 집을 오가며 생활하던 8월 초순 전세권 설정 등기를 마쳤다. 경매 법원이 애초 8월 중순이 전세계약 시작일인 부부보다 303호가 순위가 앞선 채권자라고 본 것이다.

이에 부부는 자신들이 5순위라며 '배당이의' 소송을 냈다. 303호 등기보다 자신들의 전입신고가 더 빠른 만큼 변제 순위가 앞선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303호도 "집주인의 배려로 한 달 먼저 들어온 것에 불과하지 않으냐"며 맞섰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김씨 부부는 303호에 우선해 배당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며 2심을 뒤집고 김씨 부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6일 밝혔다.

대법원은 "부부는 임대차 계약 당일 보증금 일부를 지급하고 101호를 인도받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마친 다음 계약에 따라 나머지 임차보증금을 지급했다"며 "우선변제권의 기준시점은 나머지 보증금을 지급한 8월 중순이 아닌 '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친 7월 중순"이라고 밝혔다.

303호는 부부가 실제로 7월 중순 주택을 인도받았는지 불분명하다고 항변했지만, 대법원은 "집주인이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줬고, 실제 7월 중순 짐도 옮겨놨으므로 이 시점에는 주택을 인도받았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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