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한다고 가두고 죽이고…세계는 지금 '언론인 수난시대'

입력 2017-09-06 10:59
비판한다고 가두고 죽이고…세계는 지금 '언론인 수난시대'

인도·팔레스타인·터키서 언론인 살해·구금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정부나 권력층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살해·구금되는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언론인들의 수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인도의 중견 기자 가우리 랑케시가 5일(현지시간) 밤 인도 카르나타카주(州) 벵갈루루에 있는 자택 밖에서 괴한 3명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현지 칸나다어 신문의 편집장인 그는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회원들을 '도둑'이라고 비판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는 등 힌두 민족주의 단체에 대한 신랄한 비평으로 이름이 높았다.

현지 경찰은 범행동기에 대한 섣부른 추측을 자제했지만 랑케시의 죽음을 언론 탄압으로 여긴 시위자들이 그의 집 앞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지난 1992년 이래 기자 27명이 정부 등에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살해됐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기자들을 구속한 정부를 비판한 인권운동가를 체포하는 등 언론 탄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안군은 최근 가장 저명한 인권운동가 중 한명인 아이사 암로를 앞서 투옥된 다른 언론인들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체포했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최근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의 정적이었던 모하마드 다흘란과 연계된 웹사이트 29개를 폐쇄하고, '전자 범죄법'을 제정해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온라인상에서의 집필 활동을 처벌하는 등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런 조치에 따라 기자들이 다수 구금됐고, 암로는 이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당국에 체포됐다.

언론인들의 수난은 다른 국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최대 언론인 감옥'이라는 오명을 쓴 터키에서는 특정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앱을 썼다는 이유로 언론인들이 무더기로 구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진보 성향 일간지 '비르귄'의 온라인 에디터 부라크 에키지 등 언론인 35명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이 중 9명이 구금됐다.

이들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바일록'(ByLock)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바일록은 터키 정부가 지난해 쿠데타 모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추종 세력이 연락용으로 사용하는 앱이다.

마약범죄 조직과 권력층을 비판한 언론인들이 보복당하는 일이 빈번해 '언론인의 무덤'으로 불리는 멕시코에서도 최근 언론인 칸디도 리오스가 무장괴한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그는 마약과 부패 등의 범죄를 비판하면서 사회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기사를 써 온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에서 언론인이 살해당한 것은 올해 들어 벌써 10번째다.

국경없는기자회(RSF)에 따르면 지난해 취재 도중 사망한 언론인은 총 57명에 이른다.

RSF는 "사망자 수는 전년보다 줄어들었지만, 보도를 일방적으로 막고 언론인에게 재갈을 물리는 이른바 '언론 자유 약탈' 사례는 늘고 있다"고 전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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