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설 왕치산 한달여만에 공개활동…유임 가능성 남아있나

입력 2017-09-06 10:02
간암설 왕치산 한달여만에 공개활동…유임 가능성 남아있나

후난서 시찰활동…건강이상설·낙마설 부인하며 건재 과시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실각설, 간암설 등이 나돌았던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한달여만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후난(湖南)성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웹사이트는 왕 서기가 지난 3∼5일 후난(湖南)성에서 시찰 활동에 이어 순시공작 좌담회를 주재했다는 동정을 전했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중국중앙(CC)TV 등 관영매체들도 6일 일제히 이 내용을 보도했다.

CCTV의 보도 영상에서는 미소를 띤 왕 서기가 현지 관리들과 악수를 나누고 주민들과 대화를 하는 모습을 비췄다.

중국 관영매체에 왕 서기가 등장한 것은 시진핑(習近平) 주석 등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함께 지난달 1일 건군 90주년 경축대회에 참석한 이후 한달여만이다. 왕 서기는 경축대회 직후에 열린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이후로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각에서 제기된 건강이상설을 부인하는 듯한 그의 이 같은 공개활동은 자신의 정치국 상무위원 유임 가능성을 역설하며 시진핑 2기 체제에서 자신의 역할을 웅변하는 것 같은 모양새다.

감찰팀인 중앙순시공작영도소조 조장도 겸하고 있는 왕 서기는 이날 좌담회에서 "중국 공산당이 직면한 최대 도전은 권력에 대한 유효한 감독"이라며 "전면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은 궁극적으로 자율정화의 유효한 길을 탐색하고, 말단까지 기강관리를 확장하는 '역사 주기율'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중앙순시공작영도소조 부조장인 자오러지(趙樂際) 중앙조직부장도 참석했다. 자오 부장 역시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중 한명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왕 서기는 또 두자하오(杜家毫) 후난성 서기 등을 대동하고 중처(中車) 주저우(株洲) 전동차공사를 둘러보기도 했다.

시 주석의 최측근 실세이자 반부패 사령탑인 왕 서기는 중국 차기 권력의 향방을 파악할 수 있는 풍향계로 그의 동향과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왕 서기는 은둔에 가까운 조심스러운 행보로 다양한 관측과 억측을 낳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7월1일부터 9월 3일까지 신화통신에 왕 서기의 이름이 모두 18차례 등장했는데 8월 6일부터는 그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920차례 등장하고 나머지 5명의 상무위원 이름이 51∼163차례 검색된 것과 대비된다.

지난달초 사망한 중국의 저명 과학자 커쥔(柯俊)과 주잉궈(朱英國)의 영결식에 다른 상무위원들은 모두 조화나 조전을 보냈으나 왕 서기만 별다른 조의를 표하지 않았다.

이후 왕 서기는 지난달 24일 베이징 바바오산(八寶山) 빈의관에서 치러진 안즈원(安志文) 전 국가경제체제개혁위원회 서기의 영결식에 조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사진이나 영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올해들어 미국에 도피 중인 부동산재벌 궈원구이(郭文貴)가 왕 서기 내사설과 함께 왕 서기 가족들의 비리 의혹을 집중 폭로하며 왕 서기의 실각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일에는 미국에 거주중인 중국 인권운동가 원윈차오(溫云超)가 트위터에 왕서기가 간암 말기 상태에서 투병 중이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주장을 올리기도 했다.

왕 서기가 건재를 과시한 이번 후난성 공개활동에도 내달 18일 열리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대)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유임될지, 퇴임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시 주석은 현재 69세인 왕 서기를 정치국 상무위원직에 대한 불문율인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원칙을 깨고 유임시키려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왕 서기가 관례를 깨고 유임할 경우 이는 시 주석의 절대권력이 확립됐고, 시 주석의 임기 연장,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시 주석의 1인 권력강화를 내부적으로 경계, 또는 견제하는 듯한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왕 서기가 퇴임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과 등은 베이다이허 회의 이후 작성된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명부에 왕 서기의 이름이 없다며 퇴임이 유력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왕 서기를 내세워 지난 5년간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로 당정군에서 잠재적 반대세력을 일소한 만큼 자신보다 나이가 5세나 많은 옌안(延安)의 하방(下放) 지식청년 선배 왕 서기와 차기 권력을 분점하기가 부담스러워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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