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냈다"…장애인단체 5년만에 '광화문 농성' 풀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수용시설 폐지 끝까지 지켜볼 것"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우리가 해냈습니다. 1천842일, 함께 견디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큰 박수와 함성을 보냅시다."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장애인 100여 명은 평소 기자회견 때 분노하고 절규하던 모습과 달리 이날은 내내 활짝 웃고 노래가 나오면 흥겹게 춤도 췄다.
이날 228개 장애인·인권·빈민단체 모임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은 지난 2012년 8월 21일 광화문 농성을 시작한 지 만 5년 15일 만에 광화문역 지하 농성장을 철거했다.
공동행동은 지난달 2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농성장을 찾아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와 민관 협의체 구성을 약속하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결성 10주년인 이날 농성을 해제했다.
농성 해제 행사에서는 감사와 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행사를 지켜본 장애인들은 축하 발언에는 환호했고 농성 경과가 담긴 영상을 보면서는 눈시울을 붉혔다.
변경택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회장은 "고생했다.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자"면서 "연대해준 노동자들, 시민단체들, 인권운동가들, 문화예술인들, 진보정당, 그리고 수많은 시민분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무대에는 장애등급제나 부양의무제 등 제도의 한계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다가 숨진 장애인과 빈민 18명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와 박명애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이들의 이름을 차례로 부르며 추모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윤소하(정의당) 의원은 "축하 인사드리려고 넥타이를 매고 왔다가 영정사진을 보고 풀었다"며 "박 장관은 장애인·빈곤을 바라보는 시선이 제대로 돼 있다고 본다. 때로는 질타하면서 약속을 지키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주최 측은 농성장에 음식을 제공한 무료급식단체 '달려라 밥묵차'와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기자회견 때마다 수화 통역을 제공하는 김철환·박미애·윤남 수화통역사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은 '3대 적폐 폐지 공동행동'으로 연대체 이름을 바꾸고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장애인수용시설 폐지 촉구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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