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 달 만에 나온 부동산대책, 부작용도 살펴보기를

입력 2017-09-05 18:44
[연합시론] 한 달 만에 나온 부동산대책, 부작용도 살펴보기를

(서울=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시 수성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되고 그간 유명무실했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이르면 다음 달 말 부활한다. 국토교통부는 5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8·2 부동산대책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이로써 전국의 투기과열지구는 한 달 전 8·2 대책 때 지정된 서울 25개 구와 경기도 과천시,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예정지 등 27곳에서 29곳으로 늘어난다. 분당구와 수성구는 6일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내려가는 등 총 19종의 규제를 받게 된다. 분양가 상환제 부활 대상에는 서울 강남 등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대부분 지역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후속조치는 8·2 대책에서 제외된 다른 일부 지역 집값이 들썩이는 '풍선효과'를 차단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현으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할 때 8·2대책 이후 집값 불안이 계속되는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했다고 한다. 분당구와 수성구는 실제로 8·2대책 이후 아파트 가격이 주간 평균 0.3%가량 올랐다. 국토부는 주간 상승률로 특정 지역의 집값 불안 정도를 3단계로 구분하는데, 0.3%는 최고 단계에 해당한다. 지난달 월간 집값 상승률에서도 분당구(2.1%)가 1위, 수성구(1.4%)가 2위를 차지했다. 이번 후속조치로 두 지역의 집값 상승세는 일단 꺾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전셋값 상승을 부추겨 서민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만큼 당국의 주시가 필요한 것 같다. 대구 수성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5월까지 집값이 계속 내리다가 6∼8월 3개월만 올라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공동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금액' 이하로 분양가격을 제한하는 제도로, 2015년 4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지정 요건이 완화된다. 공공택지에는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민간택지에서는 2015년 기준 강화 이후 적용된 사례가 없다. 투기과열 지구 지정이 투기수요의 신속한 차단이 목적이라면 분양가상한제 부활은 치솟는 분양가를 규제해 분양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 부활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초고분양가 행진에는 일단 제동이 걸릴 듯하다. 다만 이 제도가 적용되는 주택의 분양가와 인근 기존 주택 시세의 차이가 클 경우 분양받는 자체로 엄청난 차익을 본다는 것이 맹점이다. 정부 규제가 오히려 투기를 조장하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지만 건설사들이 주택 분양을 미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것은 6월 19일과 8월 2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몇 차례 대책으로 모든 문제점이 해소될 수는 없다. 투기수요에 분명한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과속에 따른 부작용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관건은 대책의 강도와 속도를 최적의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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