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복과 힌츠페터, 5·18 옛 묘역서 함께 영면할 수 있을까

입력 2017-09-05 16:29
김사복과 힌츠페터, 5·18 옛 묘역서 함께 영면할 수 있을까

김사복의 아들로 알려진 김승필씨, 1980년 5월 당시 흑백사진 공개

김씨 "1984년 숨진 아버지 유해 힌츠페터 추모비 옆에 모시고 싶다"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존인물 위르겐 힌츠페터와 김사복이 5·18 항쟁의 도시 광주에서 함께 영면에 들 수 있을까?.



언론매체 인터뷰를 통해 김사복의 아들로 알려진 김승필씨는 5일 부친과 힌츠페터가 나란히 담긴 흑백사진을 공개하며 이러한 뜻을 밝혔다.

김씨가 공개한 사진은 1980년 5월 당시 촬영된 것으로 김사복과 힌츠페터가 수풀이 우거진 장소에서 일행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공개된 흑백사진 속 힌츠페터와 주변 동료는 얼굴이나 옷차림이 5·18기념재단이 소장한 기록사진 속 인물들과 일치해 김씨 주장의 신빙성을 높인다.

김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조만간 광주 5·18기념재단을 공식 방문해 아버지를 5·18 옛 묘역에 모시도록 상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18 옛 묘역은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에게 숨진 시민의 시신이 쓰레기차에 실려 와 내던져 졌던 장소로 항쟁 이후 여러 희생자가 안장됐다.

훗날 이한열·이철규 열사 등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다가 숨진 이들도 안장되면서 민족민주열사묘지로 알려졌고, 2005년에는 5·18 사적지에 지정됐다.

지난해 5월에는 '광주에 묻히고 싶다'던 유지에 따라 힌츠페터의 머리카락과 손톱 일부를 안치한 추모비가 세워졌다.

광주시와 5월 단체·시민단체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5·18 옛 묘역 안장 테스크포스(T.F)는 김씨로부터 공식 요청이 들어오면 대표자 회의를 소집할 방침이다.

경찰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1년여 투병 만에 숨진 백남기 농민도 같은 절차를 거쳐 5·18 옛 묘역에 마지막 안식처를 마련했다.

김씨는 이날 서울 모처에서 광주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관계자와 면담하고 1980년 5월 항쟁 당시 부친의 행적을 담은 여러 기록물을 다음 달 국회에서 열리는 힌츠페터 추모 사진전에서 공개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5·18기록관 측은 자료와 정황을 토대로 김씨 부친이 김사복이라는 사실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기록관은 10월 16∼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힌츠페터 추모전이 끝나면 김사복 관련 기록을 광주로 옮겨오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김씨는 힌츠페터를 태우고 광주로 달려갔던 사실을 제외하고, 실제 부친과 만섭은 다른 점이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부친이 대중교통 수단인 택시가 아니라 서울팔레스호텔 소속 콜택시를 운전했기에 택시회사나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수소문으로 힌츠페터와 김사복이 재회하지 못한 사정을 설명했다.

또 부친이 광주를 다녀온 이후 자주 술을 마시며 괴로움을 견디는 날이 늘었고, 결국 건강을 해쳐 1984년 세상을 떠났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광주에서 직접 부친의 존재와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며 "살아생전에 다시 만나지 못했던 부친과 힌츠페터가 5·18 옛 묘역에서 재회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h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