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에 존재감 높이는 아베…'北 규탄'하며 속으론 웃는다

입력 2017-09-05 10:54
수정 2017-09-05 10:56
북핵 위기에 존재감 높이는 아베…'北 규탄'하며 속으론 웃는다

지지율 소폭 상승…'韓체류 일본인 대피'에 '위기 부추기기' 지적도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북핵·미사일 도발 국면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강행 당시 곧바로 관저로 나와 단호한 표정으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북한을 규탄하는 등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보여줬다.

특히 북한이 6차실험을 강행한 지난 3일에는 밤 11시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기자들에게 "북한에 대해 전례 없던 강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 직전인 같은 날 오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동맹국으로서 100% 일본과 함께한다'고 말했다"며 굳건한 미일동맹을 과시했다.

이런 모습들은 공영방송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강행 당시 아베 총리는 곧바로 관저에서 국민에게 직접 위기 상황과 정부 대책을 설명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는 등 기민하게 대처해 온 것으로 비쳐졌다.



이런 영향을 반영한 듯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39%로 한 달 전에 비해 4% 포인트 상승했다.

한달 전 여론조사에서 전달보다 9% 포인트 상승한 것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지만 당시에는 8·3 개각 효과가 반영됐고, 본인과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연루된 '사학스캔들'이 여전히 진행 중인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셈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북핵·미사일 위기 정국을 국내 정치에도 한껏 이용하는 모양새다.

지난 4일에는 관저에서 북핵문제 당정회의를 주재하며 미사일방어(MD) 체제 강화를 위한 지상배치형 요격시스템 '이지스어쇼어'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에 탑재한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SM-3)이 최고고도 500㎞의 대기권 밖에서 1차 요격을 한뒤, 실패하면 방위성 등 주요 시설에 설치된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이 지상 10㎞ 이상의 상공에서 2단계로 요격하는 시스템이 한계가 있는 만큼 요격능력 강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다.



나아가 아베 정권은 한반도 유사시 한국 체류 일본인의 대피 방안까지 수시로 언론에 공개하는 등 국민의 안전확보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음을 과시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을 통해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에 체류하는 6만명에 육박하는 일본인을 유사시에 대피시키기 위해 4단계 대책을 마련해 놓았다.

일단 유사시에는 한국 체류 일본인이 자력으로 민간 항공기 등을 이용해 한국을 빠져나오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지만, 자력 출국이 어려울 경우에는 한국 정부나 미군과 협의를 통해 전세기 등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 불요불급한 한국 방문 중지 요청 ▲ 한국 방문 중지 권고 ▲ 퇴거 권고 ▲ 대피소 대기 등 한반도 정세의 급박성에 따라 4단계의 대응 방안을 마련해 놓았다.

물론 한국 내에서는 일본 정부와 언론의 이런 대책 및 보도 행태에 대해 지나치게 '한반도 위기'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 그리고 이들 미사일에 탑재할 핵무기 소형화로 이어지는 핵실험 강행으로 북한의 도발에 따른 위기가 한껏 고조된 상황에서 자국민의 안전대책 마련을 마냥 비판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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