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혜·정구호의 '모던 춘향'…"쉽고 재밌는 한국무용될 것"
국립무용단 신작 '춘상' 21~24일 국립극장 무대에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일생에서 가장 젊은 도전에 임하게 됐어요. 한국무용만의 깊이 있는 호흡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동작들을 만들었습니다."(배정혜)
"전통을 기초로 하되, 오늘날의 기록과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전통적인 무대에서 보기 힘든 의상, 무대, 음악으로 '새로운 클래식'을 제시하고 싶습니다."(정구호)
국립무용단이 오는 21~24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신작 '춘상'은 고전소설 '춘향전'을 오늘날 20대 청춘들의 발랄한 사랑 이야기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춘향과 몽룡은 고등학교 졸업 파티에서 서로 첫눈에 반한 청춘 남녀 '춘'과 '몽'으로 재탄생한다.
국립무용단이 '가장 젊은 우리 춤'이라는 홍보 문구를 사용할 정도로 현대 관객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단아한 선과 절제된 감정을 주로 선보여온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은 이번 무대에서 다양한 끼와 흥을 발산한다.
발을 구르면서 탭댄스 같은 춤을 선보이기도 하고. 뮤지컬 군무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끌벅적하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과감하고 요염한 동작으로 이성을 유혹하기도 한다.
이번 공연 안무를 맡은 배정혜 안무가(73)는 4일 오후 서울 장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춘상' 제작 발표회에서 "가장 나이가 든 지금 이때 가장 젊은 춤에 도전한다"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전통춤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최신식 춘향전'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정혜는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재직 시절 선보인 '춤, 춘향'(2002), 'Soul, 해바라기'(2006) 등으로 한국 창작 무용의 새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한국 창작 무용의 경우 '보기에 참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작품은 완전 반대"라며 "'정말 쉽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춤'을 기본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모든 현대적 동작에도 전통춤의 기본 호흡법을 적용해 깊은 맛을 살렸다고 부연했다.
'한국무용 대가'로 통하는 배정혜와 함께 손을 잡은 인물은 최근 공연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떠오른 패션 디자이너 출신 연출가 정구호(52)다. 그는 이미 국립무용단의 '향연'과 '묵향'으로 현대적인 한국무용을 선보인 바 있다.
정구호는 "향연'과 '묵향'이 전통적인 의상과 움직임으로도 모던한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 '춘상'은 모던한 볼거리 속에 전통적인 베이스를 살려낸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무대 위에 오브제를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오페라, 뮤지컬처럼 입체적 공간감을 주는 대형 세트를 사용할 예정이다.
춤과 어우러지는 음악 또한 동시대의 대중음악으로 채워진다.
배정혜·정구호는 아이유, 넬, 정기고, 볼빨간사춘기, 어반자카파, 선우정아 등의 음악을 6~10분 길이의 8곡(편곡 이지수)으로 편곡에 작품에 젊은 감성을 더했다.
'춘' 역에는 이요음·송지영이, '몽' 역에는 조용진, 김병조가 캐스팅됐다.
티켓 가격은 2만~7만원.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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