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담배 피면 흡연자로 남을 확률 1.4배 높다

입력 2017-09-04 12:00
향기나는 담배 피면 흡연자로 남을 확률 1.4배 높다

복지부, 내년 규제방안 마련해 입법 추진

"거부감 덜해 여성·젊은층 선호…높은 흡연 유인 효과 입증"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멘솔담배·초콜렛담배와 같이 향을 첨가한 '가향담배'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흡연자로 남을 확률이 1.4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40세 미만 젊은 흡연자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흡연 유인 효과가 큰 가향담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 흡연자들은 가향담배가 일반담배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 잘못된 선입견을 나타냈다.

이에따라 보건복지부는 내년중 가향담배에 대한 규제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4일 질병관리본부가 연세대 김희진 보건대학원 교수에 의뢰해 완료한 '가향담배가 흡연시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보면, 13∼39세 흡연자 9천63명을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65.5%는 가향담배를 사용하고 있었다.

가향 담배는 젊은층을 겨냥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연초 외에 식품이나 향기가 나는 물질을 추가해 담배의 맛과 향을 좋게 하거나 담배의 자극이 덜한 것처럼 느끼게 한다.

가향담배는 특히 여성과 흡연을 시작하는 연령대에서 사용률이 높았다. 여성 사용률은 73.1%로 남성 58.3%보다 높았고, 연령별로는 남성은 13∼18세(68.3%), 여성은 19∼24세(82.7%)에서 가장 높았다.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두 모금 피움)한 경우 지금 현재 흡연자일 확률이 일반 담배로 시작한 경우보다 1.4배 높았다.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해 현재에도 가향담배를 피는 경우는 69.2%에 달하지만, 일반담배로 시작해 계속 일반담배를 피는 비율은 41.0%에 그쳤다.





흡연 경험자의 70% 이상은 담배의 향이 흡연을 처음 시도하는데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가향담배를 선택한 이유로는 ▲ 향이 마음에 들어서 ▲ 신체적 불편함(기침,목 이물감)을 없애서 ▲ 냄새를 없애줘서 등을 들었다.

오경원 질병관리본부 건강영양조사과장은 "담배연기의 거칠고 불편한 특성은 초기 흡연시도 단계에서 장벽으로 작용하는데, 가향담배는 이러한 자극적 특성을 숨김으로써 일반담배보다 흡연시도를 쉽게 하고 흡연을 유지하도록 유인한다"고 설명했다.

가향담배 이용자는 건강이나 이미지 측면에서도 가향담배를 다소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가향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문항에 '분명히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일반담배 흡연자와 비흡연자 그룹에서는 각각 54.2%, 73.4%였지만, 가향담배 흡연자는 49.9%에 그쳤다.

청소년(13∼18세) 가향담배 흡연자의 경우 '가향담배 흡연자는 일반담배 흡연자보다 친구가 더 많다'는 문항에 12.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는 비흡연자(2.7%)나 일반담배 흡연자(5.5%)보다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임숙영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가향담배의 높은 흡연 유인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입증됐고,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에서도 확인됐다"며 "복지부는 가향물질 규제범위 등 규제방안을 마련해 내년에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호주와 미국, 캐나다, 유럽에서는 과일 향이나 바닐라나 초콜릿 등 특정 향이 포함된 담배의 제조와 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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