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핵실험에 '한미FTA 폐기' 카드 접을까
美전문가 "동맹국과 경제다툼 하기엔 최악의 시기"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세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폐기론에는 힘이 빠지게 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핵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과 균열을 감당하기엔 시기적으로 부담이 클 것이란 분석에서다.
존 울프스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핵비확산 담당 국장은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북한은 미국과 남한 사이를 틀어지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FTA를 폐기하면 북한의 노력을 훨씬 쉬운 목표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 능력을 키우는 상황에서는 "(미국이) 가까운 동맹국과 경제 분쟁에 휘말리기엔 최악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한미 FTA 폐기를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을 압박하려는 듯했으나 하루 만인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FTA 폐기 카드를 선뜻 꺼낼지 미지수라는 진단이다.
특히 북한 위기 대응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역량을 시험할 최대 현안이 된 만큼 FTA 폐기론을 내세웠다가는 자칫 한미 공조에 불안정을 불러올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나아가 한국에서는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을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트위터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을 맹비난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간과한 처사라는 것이다.
미국이 주일·주중 대사는 임명을 완료한 반면 주한 대사는 아직 임명도 하지 않았다고 WSJ는 언급했다.
한미 FTA 폐기 카드가 협상용 으름장이었다고 해도 이미 기업들에 FTA의 미래가 불확실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이사회 의장은 한국에서 미국 기업들이 받는 회계 감사가 이미 늘었다고 지적하고 "최근 적대적인 분위기가 고조됐으며, 우리가 FTA에서 발을 뺀다면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newgla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