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으르렁대는 美-이란…억류 미국인 징역 10년형 확정
'美정부 간첩혐의'로 항소 기각…이란 "美 정찰기 이란 영공 접근"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이란이 간첩 혐의로 체포했던 미국인 3명에 대한 징역 10년형을 확정하면서 최근 미국의 대이란 제재 강화로 급랭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AFP통신은 이란 미잔통신을 인용해 이란 사법부가 미국 정부를 위한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계 미국인 왕시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프린스턴대 대학원생인 왕시웨는 이란 현지에서 학술활동을 벌이다 지난해 8월 체포됐다. 이란 법원은 그가 미국 정부를 위한 간첩 행위를 했다며 지난 7개월 징역 10년을 선고했고, 그는 곧 항소했다.
이란 사법부는 왕시웨와 같은 혐의로 체포된 이란·미국 이중국적자인 시아마크 나마지와 그의 아버지 바퀘르 나마지, 미국 영주권자인 레바논계 니자르 자카의 항소도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10년형을 확정했다.
시아마크는 유엔과 세계은행 등에서 일한 시민운동가로, 이란 내 의료 물자가 부족한 실정을 전하며 서방에 제재 완화를 촉구하는 글을 신문에 기고해 이란 보수파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시아마크는 지난 2015년 10월 가족 방문차 이란을 방문했다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체포됐고, 아버지 바퀘르는 이듬해 2월 체포됐다.
이란 법원의 이러한 결정은 이란의 핵 개발 중단을 명시한 핵합의안 준수를 놓고 미국과 이란간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 나왔다.
이란과 미국이 장거리 로켓 발사시험과 추가제재를 주고받는 상황에서 이란의 미국인 억류라는 고질적인 외교 악재가 또다시 불거진 것이다.
미 국무부는 왕시웨가 지난 7월 실형을 선고받자 "이란이 미국인들을 날조된 국가안보 관련 혐의로 억류한다"며 석방을 촉구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대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 공군이 운용 중인 무인정찰기와 첩보기가 이란 영공에 침범하려다 저지됐다는 주장이 이란 측에서 나왔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카탐 알안비야공군기지의 파르자드 에스마일리 사령관을 인용해 미군의 첩보기 U2와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가 각각 지난 3월과 지난주 이란 영공에 접근하려다 저지됐다고 보도했다.
에스마일리 사령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영공에 접근하려던) U2 첩보기에 경고를 발령했다"며 "첩보기 조종사는 두 대의 레이더와 미사일 시스템의 표적이 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이런 적대적인 영공 접근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필요하다면 이들을 격추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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