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車, 칠레서도 주춤…일본·미국차, '턱밑' 위협

입력 2017-09-04 06:11
한국車, 칠레서도 주춤…일본·미국차, '턱밑' 위협

엔저·약달러 속 할인공세에 가격 경쟁력 약화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한국 자동차가 칠레 시장에서 일본차와 미국차의 거센 추격으로 선두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코트라 산티아고무역관과 칠레 자동차협회(ANAC)에 따르면 올해 1∼7월 칠레 승용차(중·소형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1만7천276대, 기아차는 1만6천341대를 팔아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점유율은 현대차가 9.1%, 기아차는 8.6%였다.

1위는 1만8천110대(9.5%)를 판매한 쉐보레가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기아차와 현대차가 나란히 1, 2위에 올랐으나 올해는 쉐보레에 1위 자리를 내줬다.

4∼10위는 닛산(8.1%), 도요타(7.5%), 스즈키(7.3%), 포드(5.0%), 푸조(4.8%), 마쓰다(4.2%), 미쓰비시(3.8%)로 일본차가 상위 10위권의 절반을 휩쓸었다. 한국차 중 쌍용차는 점유율 1.8%로 16위에 머물렀다.

10대 브랜드의 판매 대수를 국가별로 계산하면 일본이 5만8천887대로 가장 많았고 한국이 3만3천617대, 미국이 2만7천631대로 뒤를 이었다.





이들 브랜드는 전체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한 덕분에 모두 판매가 늘었다. 칠레 자동차 시장은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로 인해 노후 차량 교체에 따른 신차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작년 1∼7월과 비교해 가장 많이 성장한 브랜드는 도요타(32.0%)였다. 포드(25.5%)와 닛산(22.5%), 쉐보레(19.9%)도 모두 20%대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판매 대수는 늘었지만, 증가 폭이 11.3%와 5.1%에 그쳐 일본 및 미국 브랜드보다 저조했다.

칠레의 승용차 수입 시장에서 한국은 1위를 기록 중이나 2위인 일본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면서 불안한 처지다.

한국차 수입은 2015년과 2016년에 전년 대비 각각 29.2%, 13.5% 줄었다. 반면 일본차 수입은 전년과 비교해 2015년에 0.8% 감소하는 데 그쳤고 2016년에는 오히려 14.2% 늘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수입액 격차는 2015년 1억8천200만달러에서 지난해 2천800만달러까지 좁혀졌다.

한국차의 성장이 주춤한 것은 엔저 및 약달러 기조를 등에 업은 일본차와 미국차가 파격적인 할인에 나서면서 가격 경쟁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칠레에서 한국차의 경쟁력은 가격 대비 뛰어난 안전성과 내구성, 연비 등이었는데 최근에는 일본 및 미국 브랜드와의 가격 격차가 좁혀져 강점을 잃었다는 평가다.

코트라 산티아고무역관은 "한국산 중·소형차는 미국, 일본, 유럽산 자동차에 비해 아직 프리미엄 이미지가 약하므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면 선호도 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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