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공지진 위력 전국 곳곳서 '실감'…충남서도 119 신고(종합2보)
5차 핵실험 때보다 5∼6배 위력'…인공지진 감지 신고는 이번이 처음
접경지 주민 동요 없이 평온한 휴일 보내…일부 불안감도 표해
(전국종합=연합뉴스) 3일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여파로 추정되는 인공지진은 충청권에서도 흔들림이 느껴질 정도로 전국 곳곳에서 강력한 위력이 감지됐다.
북한 핵실험으로 추정되는 인공지진을 남한 주민들이 감지해 재난 당국에 신고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인공지진 규모에 따른 에너지를 비교하면 작년 9월9월 제5차 핵실험 대비 5∼6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때문에 건물과 땅이 흔들리는 느낌에 화들짝 놀란 주민들의 지진 감지 신고는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29분께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진앙 북위 41.30도, 동경 129.08도)에서 관측된 규모 5.7의 인공지진과 관련, 전국에서 31건의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역별로는 서울 13건, 경기 9건, 인천 4건, 강원 3건, 충북과 충남 각 1건 등이다.
그러나 흔들림을 느끼고도 소방관서에 신고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인공지진을 감지한 시민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제5차 핵실험 당시 인공지진 규모는 5.0이었으나 지진 감지 신고는 단 한 것도 없었다고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과 소방청은 밝혔다.
핵실험 장소로 추정되는 함북 길주와 직선거리로 470㎞가량 떨어진 경북 영주 풍기읍의 한 아파트에서도 인공지진이 감지됐다는 시민 제보가 있었다.
영주에 사는 손 모씨는 "6층짜리 아파트 4층에 사는데 낮 12시31분에 지진을 느꼈다"며 "다른 사람보다 다소 예민한 편이긴 하지만 엎드려 있는데 마치 건물이 휘청하는 것처럼 흔들리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길주에서 직선거리로 320㎞가량 떨어진 강원 속초에서 2건을 비롯해 내륙인 정선에서도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낮 12시 39분께 "건물이 두 번 흔들렸다"는 신고가 충북도 소방본부에 접수됐지만 추가 신고는 이어지지 않았다.
신고자들은 "땅이 흔들이는 느낌을 받았다. 지진 같다"며 소방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지진 관련 문의가 접수되고서 북한의 핵실험 추정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땅이나 건물의 흔들림을 느낀 주민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고한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 지진 발생 여부를 묻는 단순 문의 전화였다"며 "핵실험과 관련한 인공지진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더는 지진 관련 문의나 신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진 감지 신고는 서해안과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잇따랐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등 서울에서만 지진 관련 119 신고가 13건이 접수됐다.
서울에 접수된 13건 중 10여건은 지진이 발생한 낮 12시 29분부터 기상청이 북한 지진이라고 발표한 낮 12시 38분 사이에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부평구 부평동 6층짜리 아파트 6층에 거주하는 오금수(48·여)씨는 "거실에 남편과 함께 누워있는데 좌우로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며 "지난해 9월 포항 지진 때 흔들림을 느꼈던 경험이 있어 베란다로 숨었다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인명이나 물적 피해가 접수된 것은 없다고 소방청은 밝혔다.
인공지진은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최전방부대는 대북 감시와 경계태세를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큰 동요 없이 평온한 휴일을 보내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파주지역 민통선 마을 주민들은 평상시와 같은 휴일 오후를 보냈다.
이완배 장단주민자치위원장은 "TV를 통해 봤는데 북한 관련 소식은 늘 그러려니 한다"며 "주민들도 현재까지 동요가 없다"고 전했다.
백령도에 거주하는 A(50)씨는 "북한이 최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백령도·대연평도 가상 점령훈련을 했다고 들었다"며 "오늘 북한 인공지진이 핵실험 때문일 수도 있다는 뉴스를 봤는데 행여 북한이 군 도발을 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동부전선 최북단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장석권 이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이 커져 기대했는데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사실상 물 건너간 느낌"이라며 "오히려 북한의 도발에 끌려만 다니는 정부의 대처가 아쉽다"고 했다.
(최평천 권숙희 윤태현 심규석 이재현 기자)
j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