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권단체 "중고생 90%가 소지품 압수 경험…인권침해"
서울 중고생 1천42명 대상 설문조사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는 "중고등학생의 90%가 학교에서 소지품을 압수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소지품 압수는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3일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에서 소지품을 압수당한 경험에 관해 서울 지역 중학생 864명·고등학생 178명 등 총 1천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참가자 중 약 90%인 938명이 '소지품을 압수당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중 압수 경험이 5회 이상이라고 답한 학생이 38.5%(401명)에 달했다.
화장품(82%)이나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73%), 귀걸이·목걸이 등 액세서리(51%), 모자 등 의류(51%)를 주로 압수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압수 방식에 관해서는 특정 물건이 교사의 눈에 띄면 압수당하는 경우(93%)가 대부분이었으나, 교사가 의심 가는 학생을 지목해서 소지품 검사를 벌이는 경우(35%)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압수한 물건을 학생에게 아예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압수가 잦은 화장품(53%)과 액세서리(42%)를 돌려주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휴대전화는 하루∼일주일(22%)이나 일주일∼1개월(47%) 동안 압수하는 일이 많았다.
참가자 중 734명(70%)은 '압수당한 소지품을 학교·교사 측에서 분실하거나 파손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아수나로는 "소지품 검사·압수는 헌법상 사생활 비밀의 자유와 재산권뿐 아니라 유엔 아동권리협약과 국제인권협약에도 위배되는 행위"라면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도 소지품 압수를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해당 소지품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돈을 모아서 샀는지, 얼마나 소중한지 묻지도 않고 함부로 빼앗거나 부수고 버리는 실정"이라면서 "학생의 소지품 하나하나는 개성이자 인격"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설문조사 결과를 서울시교육청 인권교육센터에 제출하면서 시교육청 차원의 조사와 대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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