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로 北미사일 요격한다"…日, 연구비 900억원 배정
항공기나 함선이 北미사일에 고출력 레이저 발사하는 방식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고출력 레이저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3일 보도했다
함선과 항공기를 통해 고출력 레이저를 쏴서 발사 직후 '부스터(booster) 단계'의 미사일을 요격해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방위성은 내년도 예산 요구안에 박격포탄과 소형무인기 등을 요격 대상으로 하는 고출력 레이저 시스템 연구비로 87억엔(약 912억원)을 배정했다.
일본 정부는 이미 2010년부터 고출력 레이저에 대한 기초 연구를 진행해왔지만, 내년부터 5년간은 기초연구 단계를 넘어서 고출력 레이저를 장비화하는 연구를 할 계획이다.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한 미사일 요격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데다 고도가 높은 '로프티드(lofted) 궤도' 발사 미사일에도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발사된 탄도미사일의 비행 단계는 발사 직후 로켓 엔진이 연소해 가속하는 '부스터 단계', 연소 후 관성에 의해 대기권 밖으로 비행하는 '미드코스(mid-course) 단계',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한 뒤 지상에 향하는 '터미널(terminal) 단계'로 나뉜다.
일본의 현재 미사일방어(MD) 체계는 이지스함이 탑재한 요격 미사일(SM-3)이 미드코스 단계에서,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이 터미널 단계에서 각각 요격하는 방식인데, 부스터 단계에서 요격하는 고출력 레이저 시스템이 갖춰지면 3단계 모두에서 미사일 요격을 하는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북한이 로프티드 궤도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드 코스 단계에서는 고도가 높고, 터미널 단계에서는 낙하속도가 빨라져 요격이 힘든데, 여기에 발사 직후를 타격시점으로 하는 고출력 레이저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방위성은 기대하고 있다.
다만 고출력 레이저는 타격 대상과 발사 지점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열량이 줄기 때문에, 레이저를 발사하는 함선과 항공기가 타격 대상에 가까이 가야 한다는 결점이 있다. 또 고속으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정확성의 확보도 과제다.
고출력 레이저 무기는 미국과 중국 등도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는 실전 배치를 시작하기도 했다. 일본 방위성은 미국 측의 연구 성과를 활용해 관련 연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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