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 한국 축구대표팀 훈련장에서 양 도축한 사연은

입력 2017-09-03 05:23
우즈베크, 한국 축구대표팀 훈련장에서 양 도축한 사연은

우즈베크 희생절 풍습…경기장 관리인 "우즈베크 승리도 기원"

(타슈켄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일 저녁(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아카데미 필드.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곳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 대비 첫 훈련을 하기 직전,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경기장 관리인 두 명이 양 한 마리를 잡아 사다리에 매단 뒤 직접 도축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양의 목을 자른 뒤 가죽을 벗기고 내장 등 부속물을 정리해 바닥에 가지런히 놓았다.

이들이 축구훈련장 바로 옆에서 양을 잡은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게 혐오스러운 모습을 보이고자 양을 잡은 건 더욱 아니었다.

우즈베키스탄 통역인 사르비나 씨는 "오늘은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명절인 쿠르반 하이트(Qurbon hayiti)"이라며 "우즈베키스탄에선 이날 양을 잡는 풍습이 있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슬람 국가인 우즈베키스탄은 금식월인 라마단이 끝나는 날로부터 70일째 되는 날에 전통 명절인 쿠르반 하이트를 지낸다.

쿠르반은 제물을 뜻하고 하이트는 명절을 의미한다. 희생절이라는 뜻이다.

이날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집이나 일터 인근에서 양을 잡아 피를 흘려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잡은 양고기 1㎏ 이상을 가난한 사람들과 나눈다.

관리인들은 명절 풍습에 따라 훈련장 인근에서 양을 잡은 것이다.

양을 잡은 관리인은 통역을 통해 "신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한국과 축구경기에서 승리하게 해달라는 기도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날 아무 문제 없이 첫 훈련을 소화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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